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62 일째
겨울 나그네( 퍼온시 )
* 김 재진 *비오는 밤 편지를 쓴다.키보드 두드리는 전자 우편 아닌만년필로 써나가는 고전적인 노동, 노동하듯 나는 네게힘들여 사랑한다는 한 마디 하고 싶다.사랑한다.잘 못 걸려온 전화처럼 수화기 내려놓으며 나 이제 너를 향해한 통의 전화조차 할 수 없지만.여보세요, 여보세요.들려오는 네 음성 듣고서도 아무 말 할 수 없지만,바깥에는 비 내리고나는 지금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처음 본 지붕과 낯선 길들끈질기게 따라온 절망을 버리기 위해 나는정류장에서도, 편의점에서도, 쉴 새 없이 말을 했다.쉴 새 없이 물건을 사고, 쉴 새 없이 키보드를 두드렸다.말하는 것만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듯혼자 있는 방에서도 지껄였다.아무도 들어주는 이 없는 말을 하고,아무도 읽어주는 이 없는 글을 썼다. 살아있다는 것은 그렇듯 확인하는 일,한때 네가 확인하던 내 마음처럼두드리고 만져보는 일,눈 대신 바깥에는 비 내리고아무 것도 더 확인할 것 없는 너를 향해 나는쓰고는 보내지 않을 편지를 쓴다.전화조차 할 수 없는 너, 사랑한다는 말이 죄가 되는 너,나는 너로부터 너무 멀리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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