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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일째
내 가슴 한쪽에 (퍼온시)
- 이정하 - 세상의 울타리 안쪽에는 그대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습니다. 스쳐갈 만큼 짧았던 만남이기도 했지만 세상이 그어둔 선 위에서 건너갈 수도 건너올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 쓸쓸하고 어둡던 내 가슴 한쪽에 소망이라는 초 한 자루를 준비합니다. 그 촛불로 힘겨운 사랑이 가져다준 어두움을 조금이라도 밀어내주길 원했지만 바람막이 없는 그것이 오래 갈 리 만무합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따뜻한 자리를 마련해둔다는 것. 아아 함께 있는 사람들은 모를 겁니다. 오지 않을 사람을 위해 의자를 비워둘 때의 그 쓸쓸함을. 그 눈물겨움을.. 세상이라 이름 붙여진 그 어느 곳에도 그대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대가 있었기에 늘 나는 내 가슴속에 초 한 자루를 준비합니다. 건너편 의자도 비워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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