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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7 일째

진보정당과 언론( 퍼온글 )

국민은 정치의 큰 변화를 바라는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몰라서 묻느냐?”며 오히려 화를 낼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와 냉소를 생각하면 국민이 `정치의 혁명'을 바란다고 해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닐 게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 실수하는 거다. 유권자로서의 국민은 막상 투표 행위에선 평소 자기들이 침을 뱉던 거대 정당들에만 표를 던지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아마도 전반적인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보다는 특정 정당에 대한 반감과 지역 이기주의와 연고와 정실이 더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진보 정당들은 그러한 딜레마에 갇혀 있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무시할 수 없는 규모와 강도의 진보적 열망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직까지 국회에 단 한 명의 의원도 진출시키지 못했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깰 것인가? 우선 진보정당들이 내부 이론투쟁에 바치는 에너지 가운데 조금만 언론에 대한 관심에 돌려줄 걸 권하고 싶다. 진보정당들은 적어도 언론매체에선 `잊혀진 정당들'이다.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보정당들은 그런 기막힌 현실에 대해 체념의 지혜를 터득한 지 오래지만, 이제 그러한 `지혜'를 의심할 때다. 보수신문들이 평소 진보정당들에 대한 보도를 거의 하지 않는 건 꼭 이념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정치 보도가 출입처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기존의 보도 관행은 신문들로 하여금 진보정당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게 만든다. 그런 상황에서 언론에 보도되기 위해 애쓰는 이른바 `언론플레이'를 기성 정치의 타락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없지 않은 진보정당들의 `자존심'은 진보정당의 이름조차 제대로 발언하는 사람이 드문 비극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진보정당들의 `자존심'은 지식인, 특히 대학교수들의 활용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교수들을 경멸하는 건 좋지만 이용 가능성마저 서둘러 포기할 필요는 없잖은가.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보수성에 비추어 지식계엔 과도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진보적 지식인들이 포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과 진보정당들과의 관계는 거의 전무하다. 보수신문에 글을 쓰는 진보적 교수들마저 보수정치에 대한 논평에만 임할 뿐 진보정당들의 홍보를 위해 애쓰진 않는다. 이는 진보정당들의 홍보 전략에도 문제가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게 아닐까? 나는 진보정당들이 `자존심'을 버리고, 행여 `도덕적 우월감'을 앞세우지 않기를 바란다.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선 `여론 투쟁'이 꼭 필요하다. 언론을 상대로 한 언론플레이와 교수들을 상대로 한 포섭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낮은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고통을 거론하면서 울분을 터뜨리는 것도 좋겠지만, 성공적인 `여론 투쟁'을 위해 냉정한 프로가 되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물론 지금 진보정당들이 처해 있는 열악한 조건을 생각하면 위와 같은 주문은 사치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언론이 진보정당들을 외면하는 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 아닌가. 진보정당들 일각에 최근의 언론개혁 논란을 보수 진영 내의 갈등으로 보고 백안시하는 시각이 만만찮게 존재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건 일리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지나친 패배주의가 아닐까? 진보정당들은 보수적 의제 설정의 틈새를 파고 들어 국민의 정치에 대한 혐오와 냉소의 기운이 제자리 걸음을 하지 않고 진보적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게끔 하는 `물꼬 트기' 전략에 집요하게 임해야 할 것이다. 진보정당들의 그러한 적극적인 개입이 한국 정치를 바꾸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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