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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62 일째

헤어짐은 끝이아니라 또다른 시작이다 (퍼온시)

사랑을 잃고 비탄에 잠겨 있는 사람들은 한동안 후회와 원망의 감정에 빠지게 된다. 왜 하필이면 그를 만났던가, 왜 그리 행동해 상대방이 떠나게 되었을까, 조금만 더 친절하고 따뜻하게 해주었더라면 이런 이별의 아픔은 겪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등등. 끊이지 않는 회한으로 한동안 마치 강박신경증 환자처럼 과거에 집착하는 수도 있다. 다른 무엇보다 마지막 이별의 순간을 제대로 끝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안타까워하는 연인들도 적지 않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나 잉그리드 버그만처럼 멋있고 낭만적인 연출은 못할망정 상대에게 매달리고 서로 비난하며 못볼 것 안볼 것 다 보여주며 추한 모습으로 헤어졌다는 사실에 더욱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한때는 정말로 사랑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끝나는 순간까지 우아하고 고상한 이미지로 남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실은 그들 마음 속에는 언젠가는 다시 사랑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더 큰 까닭이 아닐까. 특히 이별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상실보다는 오히려 자기 자신이 누군가에게 거부당했다는 점, 또 버림받았다는 점 자체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대체로 겉으로 보아서는 매우 자존심이 강한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을 하지만 속으로는 항상 누군가의 인정과 보살핌을 받아야만 안심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로부터 일관된 사랑을 적절하게 받지 않고 자란 경우, 또 반대로 너무나 지나친 과잉보호를 받아 자신의 정서적인 문제를 홀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이렇게 떠나가는 사랑에 지나치게 매달리기도 한다. 때로 이렇게 결코 아름답지 않은 이별을 겪은 후에 아픈 상처와 손상된 자존심을 가능한 빨리 회복시키려는 생각만 앞서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상대에게 함부로 자신의 운명을 맡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하루빨리 또 다른 사랑을 찾고 싶은 급한 마음으로 서두르다 보면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할 위험성이 높다. 따라서 일단 어떤 사람과 헤어지면 그 애도감을 충분히 소진해버릴 기회를 갖는 것이 좋다. 혼자 통곡을 하며 몇날 며칠 울어 보거나 가까운 친구와 만나 그 나쁜 놈, 그 못된 년 하면서 있는 욕 없는 욕 죄다 하는 것도 괜찮다. 그는 이미 내게 죽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마치 상복인 듯 일정기간 검은 옷만 입어 보면 어떨까. 사랑했던 기억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뇌세포에 맺혔던 주름이 펴지면 잊지 않으려 해도 사라지게 마련이다. 그 고통스런 시간을 연장하느냐는 내 마음의 집착이 얼마나 완강하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사람은 떠나도 소중한 만남의 기억과 사랑의 열정들은 고스란히 내 마음에 남아 더욱 성숙하고 새로운 내 모습을 만들어 가는 에너지와 자원이 된다. 다만 헤어짐의 상처가 너무 커서 그 사실을 보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것뿐이다. 이나미 신경정신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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