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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일째
너를 본 순간 ( 퍼온시 )
- 이승훈 너를 본 순간 물고기가 뛰고 장미가 피고 너를 본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를 본 순간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갑자기 걸레였고 갑자기 시커먼 밤이었고 너는 하아얀 대낮이였다 너를 본 순간 나는 술을 마셨고 나는 깊은 밤에 토했다 뼈저린 외롬 같은 것 너를 본 순간 나를 찾아온 건 하아얀 피 쏟아지는 태양 어려운 아름다움 아무도 밟지 않은 고요한 공기 피로의 물거품을 뚫고 솟아 오르던 빛으로 가득한 빵 너를 본 순간 나는 거대한 녹색의 방에 뒹굴고 태양의 가시에 찔리고 침묵의 혀에 싸였다 너를 본 순간 허나 너는 이미 거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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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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