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62 일째
정말 멍청한 짓`( 퍼온글 )
“언론사 세무조사는 정말 멍청한 짓이다. `빅3'를 죽이지도 못하면서 우리편으로 몰아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세무조사 결과 발표로 한나라당에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올 것이다.” 2001년 6월25일치에 인용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한 측근 의원의 말이다. “이미 한국의 언론은 재갈을 물릴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 이번 세무조사 결과로 한국 언론이 권력 앞에 무릎을 꿇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언론개혁'에 비판적인 언론인 남시욱씨가 2001년 6월25일치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 말이다. “나는 여기서 오랜만에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 이 순간만은 언론자유를 느끼고 있다. 이제는 권력과 언론과의 관계가 갈 데까지 갔고 인식 전환의 여지가 없어졌기에 더 이상 겁이 나지도 않고 불안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편안한 기분이다. 이제부터 쓸 것은 써야겠다.” 김대중 주필이 6월29일치 칼럼에서 한 말이다. 김 주필은 그간 회사 걱정 하느라 할 말을 못했는데 이제부턴 할 말을 하겠댄다. 후안무치한 발언이긴 하나, 나는 이 말과 더불어 위에 인용한 이회창 총재 한 측근 의원 및 남시욱씨의 말을 최근 언론사의 세무조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정권의 언론 장악 음모”를 외치는 정신 나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보라. 도대체 무엇이 장악됐으며 될 수 있단 말인가? 이른바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은 정권에 대한 전면 투쟁을 부르짖고 있다. 1883년 가 창간된 이래 약 120년의 한국언론 역사상 지금처럼 언론이 자유롭고 그래서 정권에 대한 독기를 공개적으로 뿜어낼 수 있었던 적은 없었다. 유력 신문들의 독기로 인해 정권은 물론 나라가 흔들리지는 않을까 그게 겁난다. 사정이 그와 같은데도 “정권의 언론 장악 음모”라니 이게 웬 말인가? 물론 그 말을 내뱉는 사람들도 그 말을 믿진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 말은 이른바 `반 DJ정권' 정서에 편승하고자 하는 정략적이고 기만적인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언론과 관련된 김 정권의 최근 행보가 100% 순수한 동기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보진 않지만, 언론 문제를 치적으로 삼고자 하는 개혁 의지가 뒤늦게나마 작동한 것이 가장 큰 동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익을 생각하지 많고 모든 걸 이기적인 정략으로만 판단하는 사람들의 눈에 김 정권의 행보가 `정말 멍청한 짓'으로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번 `사건'은 눈을 크게 뜨고 120년의 한국 언론사를 두루 살펴봐야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그간 한국언론은 물론 한국사회의 가장 암적인 요소는 `권언유착'과 그에 따른 언론의 타락이었다. `권언유착'을 깬다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모든 유착이 다 그렇듯이, 유착의 당사자들이 그러한 유착에서 수혜를 누리는데 그게 어떻게 해서 깨질 수 있겠는가? 그 어떤 대의와 명분을 내세워 어느 한쪽에서 그걸 먼저 깨겠다는 것이야말로 `정말 멍청한 짓'이 될 것이다. 국민이 정권에게 가장 원하는 게 바로 그런 `정말 멍청한 짓'이다. 나는 김 정권이 초지일관한다면, 김 정권의 가장 큰 업적으로 남북관계 개선보다 바로 이 `권언유착 타파'를 꼽는 데에 주저하지 않겠다. 이는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하는 관점에서 보자면 정권의 자기 희생을 수반한 매우 어려운 결단이었다. 김 정권이 이제부터라도 `정말 멍청한 짓'을 많이 하면 할수록 이미 김 정권에 등 돌린 민심도 김 정권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김 정권이 그간 저지른 과오들에 대해서도 겸허하게 `고해성사'를 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강준만/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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