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0 일째
禁줄( 퍼온시 )
이성부 --내가 걷는 백두대간 65 내 어린 시절 몇살 때였던가 금줄 친 집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할머니 말씀 문득 짚어볼 때가 생긴다 요새는 산길에도 금줄이 많아져서 나를 가로막는 것들 켜켜이 쌓여간다 어렸을 적에도 그러했지만 어른이 된 뒤에도 나는 노상 가지 말라는 곳을 가고 싶어 밤잠을 못 자고 몸을 뒤척였다 사는 일 가도가도 가로막는 것들과의 싸움이다 밤 깊어 지리산 돼지평에서 길을 못 찾고 여기인가 저기인가 망설였을 때 랜턴 불빛에 스친 금줄 하나 멧돼지 서식지 표지판 짐승의 길을 따라 피아골로 내려갔다 사람이 산에 가는 것은 모처럼 짐승의 마음이 되고 싶어서라고 나는 그날 생각했다 풀꽃과 조릿대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바람이거나 흰구름이거나 안개거나 눈보라거나 그것들에게 나를 맡겨 나를 그냥 흘러가게 하는 일이 나는 좋았다 돼지평 멧돼지 길에서는 멧돼지 한 마리 만나지도 못하고 선비샘 아래 금줄 넘어서는 한나절 거미줄만 헤치고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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