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5 日目
마흔 살의 동화 ( 퍼온시 )
이기철 먹고 사는 일 걱정되지 않으면 나는 부는 바람 따라 길 떠나겠네 가다가 찔레꽃 향기라도 스며 오면 들판이든지 진흙 땅이든지 그 자리에 서까래 없는 띠집을 짓겠네 거기에서 어쩌다 아지랑이 같은 여자 만나면 그 여자와 푸성귀 같은 사랑 나누겠네 푸성귀 같은 사랑 익어서 보름이고 한 달이 같이 잠들면 나는 햇볕 아래 풀씨 같은 아이 하나 얻겠네 먹고 사는 일 걱정되지 않으면 나는 내 가진 부질없는 이름, 부질없는 조바심, 흔들리는 의자, 아파트 문과 복도마다 사용되는 다섯 개의 열쇠를 버리겠네 발은 수채물에 담겨도 머리는 하늘을 향해 노래하겠네 슬픔이며 외로움이며를 말하지 않는 놀 아래 울음 남기고 죽은 노루는 아름답네 숫노루 만나면 등성이서라도 새끼 배고 젖은 아랫도리 말리지 않고도 푸른 잎 속에 스스로 뼈를 묻는 산노루 되어 나는 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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