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5 日目
이 봄비속에...
아침에 일어나니 오랫만에 비가 내렸다.전번에 왔던 비에 비하면 그래도 상당히 내렸나 보다...잎들이 물기에 젖어서 싱싱하다.갈증을 해소 하여 주는 비..생명을 유지하여 주는 비....농부의 시름을 가시게 하는 이 단비가 농촌에도 많이 내렸으면 좋은데..해마다 가믐으로 타다가 나중엔 홍수로 변해서 하늘이 뚫리기 라도 하듯이 연이어 내리곤했다....전에...이런 단비가 내리면 아버진 이 비를 가둬 두고싶은 소박한 농부의 마음으로 심부름 시키셨다...- 논에 가서 물을 좀 대고 온나...잘해?늘상 심부름을 하는건 형이다....난 어려서 심부름을 시키지 않은 것이었을가?그때 마다 난 형이 아닌것이 그렇게도 좋았다...그 먼거리의 심부름..어찌나 우리 논이 멀어야 말이지 ...아마도 집에서 대안들까지 못해도 2km 는 될거다..아버지께선 저수지가 물에 잠기기전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논을 소유하고 계셔서 좋았는데 그논이 물속으로 잠긴 바람에 그 보상으로 그렇게도 먼곳에다 논을 산것....- 왜 우리 논은 그렇게도 먼가?왜 가까운 門前 玉畓은 장만하지 못하고 그렇게도 먼곳에 삿을가?그건....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되었지...그 보상금으론 문전옥답을 산단것은 상상이 안되는 금액..그래서 하동양반이 멀어서 팔려고 한것을 그래도 싸게 장만한것...하두 멀어서 그 5 마지기를 팔아서 문전옥답이 세마지기로 줄어들긴 했지만 그건 한참 지난후의 일이었다....그 먼 논을 형은 불평한마디 못하고 갔다와야 했다...비가 오면 어둡기도 하고 그 논을 가려면 남댄고개를 훌쩍넘어야 한다..그 울창한 숲의 남댕고개....- 6.25 때 반란군이 무참히 죽어서 버려졌다네....- 비가 오는 날이면 승천하지 못한 원혼들이 우는소리가 들린다네..- 그 남댕고개는 그 인민군의 옷이나 구두가 아직도 여기 저기서 뒹굴고 있다네...하던 소문...그래서 그 남댕고개를 누구나 넘기 싫어하던 곳인데도 형은 군말없이 갔다와야 한다......아버지의 영을 거역한단것은 상상을 할수없었지....그 당시는 왜 그렇게도 무섭고 산림은 울창했던가?그곳만이 유독히나 숲이 울창하고 사람들이 가까히 하려고도 않했다..그런 소문이 사실이었을가?우리 동네는 인민군이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하던데....?소위 부화뇌동하던 그런 인민군의 끄나풀들이 설치고 그랬다 던데?그럼 남댕골짜기에 묻혔단 사람들은 이 마을 사람들인가....이런 의문이 들긴 해도 감히 가까이 가서 확인하고 픈 마음은 없었다..어찌나 무서움을 잘도 탔던지....형이 논으로 가고 나면 아버진 처마에 떨어지는 낙수를 바라보면서 담배를 태우곤 하셨다....- 뭘 그렇게 골돌히 생각하시는지?- 무슨 생각을 하셧을가?그러다가 당신은 앙골로 짠 우장을 등에 덥고 저수지옆 논으로 가신다우비니 우산이란 것은 있기나 했는가 모른다...당신은 항상 논에 가시면 우장을 입고 가셨다...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기고 ...비가 안오면 물을 퍼야 하는 그런 논...300 평규모의 그 논..저수지에 흡수된 논을 서울로 간 종철이 아버지가 아버지께 드린 논이란것도 나중에야 알았었지..그리고 그 논도 합법적인 등기된 논이 아니라 임시적으로 지어 먹는 논이란것도...그 논으로 가신다..벼는 바로 당신들이 먹고 살아야 하는 생명줄과도 같은 그 논..가서 상황을 살피시는것...그러다가 넘도 많이 비가 내리면 당신은 한숨만 지으셨다...그 한이 맺힌 한숨...- 이놈 비가 언제나 그칠려나?방죽안 논의 모들이 다 물속에 갖히겠네...치치...그 애물단지 같은 그 방죽안 논....벼가 수확하기 까지 수십번을 맘을 조리게 하는 그 논의 벼...300 평에서 나와봐야 수확이 얼마나 될거라고?그렇게 비는 반갑기도 하고 애물단지가 되기도 하는 신장수와 우산장수 의 심정같이도 모순속에서 살아야 했다...그 지겹던 그 방죽안 논...수확도 물속에서 한적이 한두번이 아니고 그걸 먼 산까지 날라야하는 고역은 힘든 노동 바로 그것이었다...남들은 그저 편안히 문전옥답에서 걱정없이 수확을하는데 ....아버진 그렇게도 억척스럽게도 모진 고생을 하심서 한해 농사를 지으셨다가난한 이유가 아니고 뭣이던가?막내 아들임서도 일본에 갔다고 미워해서 밭한떼기도 유산으로 몰려주지 않으신 조부님의 가혹한 형벌...- 그 쥐포수 영감태기 뭘로 왔다냐?아들한테 숫갈 하나 해준것도 없는 못된 영감탱이...하심서 입에 욕을 하시던 외할머니.....사실이 그 집지을 터도 목골밭의 신간도 다 외할아버지가 주신것이란다조부님은 당신의 말을 듣지않고 일본으로 돈벌러 가버린 아들을 미워서 논한마지기도 해주시지 않으셨단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비지야.....염병할 영감탱이...하고 조부님을 미워하시던 외할머니의 그런 지독한 욕설...모든것이 조리가 분명하고 늘 인정이 많던 외할머니의 그 음성이 귀에 쟁쟁하다.....이 봄비가 온탓인가?수십년이나 지난 옛날의 쓰라린 기억에 내가 빠져 있구나...그 인자하고 유모가 넘치던 외할머니도 그렇게 한해 농사에 노심초사하시던 아버지도 이젠 다들 이승 분들이 아니다...그 모든 한도 염원도 다 접고 한평공간에서 쉬고 계신다...다 부질없는 짓거리들...그렇게 아등바등 살아도 한순간 인것을......영화도 절망도 모두가...사람은...가면 그만인것을...존재함 보다 더 위대하고 더 높은 이상이 어디 있겠는가?생존이란것...그 보다도 더 이상스런 바램이 뭣이겠는가?살고 있을때 내가 존재함을 남기는것.......내 모든것은 내가 생존으로 가능한것....- 어찌 한순간인들 허무하게 보낼것인가?오늘 봄비오는 탓에 내가 센티맨탈한 심정인가 보다 ......정답게 들리는 빗소리가 아련한 기억을 불러이르킨다.........세현일 깨우자....이제 산행이 힘들었나 보다...늦잠을 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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