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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뺨 그리고 욕 ( 퍼온글 )

손석춘의여론읽기 헐뜯는 모습이 애처롭단다. 언제까지 친일타령이냐고 손사래다. 김대중 정권을 비판하는 `참 언론'을 왜 비방 하느냐며 도끼눈이다. 일제시대에 신년호를 내면서 일본 `천황'과 황후 사진을 어떻게 싣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는 제법 너그러운 항변도 나온다. 윤똑똑이들이 내놓는 볼멘 소리들이다. 언론권력의 추악한 과거 해부에 갈채를 보내는 대다수 독자들과는 과연 다르다. 참으로 점잖다. 용서하는 마음은 거룩하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민족을 배신한 언론인들을 서슬 푸르게 처단한 프랑스가 정치적 관용이 가장 넓은 현실은 어떻게 풀이할까. 반면 친일파까지 두루 용서하고 더 나아가 독립유공자로 떠받든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학살과 사상검증이 일쑤인 것은 어인 일인가. 지식인들이 아무리 추한 논리를 붙여 변호하더라도 까닭은 투명하다. 추악한 과거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신체제의 검열에 맞서 젊은 기자들이 편집국에서 자유언론수호운동을 벌일 때다. 당시 한 기자는 조선일보 발행인이 `즐겨쓰던 빈정거림'을 이렇게 증언한다. “광주학생사건을 2단으로 싣고도 민족지 했어! 신문은 그런거야!” 그랬다. 조선일보 발행인은 “신문은 그런거야”라며 군부독재와 손잡았다. 자유언론을 외치던 기자들을 마구 거리로 내쫓았다. 과거가 단순히 과거일 수 없음을 입증해주는 사례다. 무릇 자신의 추악한 과거가 들춰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과거 앞에 겸허하게 참회하고 새 출발을 하는지 여부에 있다. 참회는 화해의 전제다. 하물며 참회 없이 되레 과거를 미화한다면, 그리고 참회를 촉구하는 이를 오히려 모략하며 되술래잡는다면, 그때 우리들의 점잔빼기는 비겁함이다. 그 때 용서는 공범의 논리다. 이완용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친일파들 가운데 누구도 자신이 친일파임을 시인한 사람은 없다. 자신들의 호의호식을 위해 나라를 팔아 넘기면서도 언죽번죽 `민족을 위한 길'이었다고 부르댔다. 그 반민족적 범죄에 서릿발 심판은 없었다. “천황 만세”와 `미군박멸'을 외치던 친일파들은 미군이 진주하자 하루아침에 “미군 만세”로 돌아섰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외세에도 서슴없이 부니는 사대주의자들이 여적 이 땅의 여론을 지배하고 있다. 언론권력이 `즐겨쓴 빈정거림'은 오늘 이 순간도 언론계 안팎에서 주문처럼 울려 퍼진다. “신문은 그런 거야!” 보라. 남북화해에 딴죽치기가 한계에 이르자 한미 갈등을 부추기고 있지 않은가. 부시가 면전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뺨'을 때린 꼴이라는 비판이 미국 언론에도 거론되는 마당에 한국 언론들이 대미정책을 앞장서서 비난하는 풍경은 어떤가. 대한민국 대통령의 뺨을 때린 부시는 곧이어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위원장에 욕설을 퍼부었다. `못된 아이'란다. 부시가 이 나라 이 겨레를 얼마나 멸시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북의 지도자엔 욕, 남의 지도자엔 뺨을 때리는 부시의 오만방자에 분노는커녕 부시를 편드는 언론은 과연 어느 나라 신문들일까. 이들이 반민족적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러야 반민족적이라 할 수 있을까. 대미 자주적 외교는 가리사니 없는 언론권력에겐 반미요, 좌경일 뿐이다. 언론권력의 자질검증으로 물러난 외무장관은 쓸쓸하게 말했다. “우리 언론은 미국이 동쪽으로 가면 동, 서쪽으로 가면 서로 간다.” 김대중 대통령의 뺨을 때린 것은, 김정일 위원장에 욕을 한 것은, 정녕 부시 만일까. 혹 이 땅의 냉전세력을 대변하는 언론권력이 그 뺨과 그 욕의 주체가 아니었을까. 제 한 몸 호강하자고 외세에 빌붙은 추악한 과거의 미화는 오늘 그대로 친미사대주의로 나타나고 있다. 친일파들이 그러했듯이 이들도 살천스레 눈을 부라린다. “반미는 철없는 짓이다.” 친일파들이 그러했듯이 철든 이들은 짐짓 고뇌하며 토로한다. “민족의 내일을 위해서다.” 그래서다. 추악한 과거의 망령이 오늘 한낮의 햇빛아래 드러나야 할 까닭은. 여론매체부장 - 한겨레 신문컬럼에서 옮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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