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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62 일째

알고 말고, 네 얼굴 ( 퍼온시 )

임찬일 : 1955년 전남 나주 출생, 서울예전 문창과 졸업  옛 친구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함께 다녔던 국민학교를 들추어내고 그때 가까이서 어울렸던 친구의 이름도 떠올리고 그제서야 자기가 아무개라며 나에게 묻는다 기억이 나느냐고 이것저것 지난 세월에 묻은 흔적을 증거삼아 비로소 서로를 확인하는 이 낯선 절차 그래, 물 같은 세월 흘렀으나 거기에 비추듯 남아 있는 우리들의 코 묻은 얼굴과 남루했던 시절 흑백사진처럼, 아니 아니 눌눌하게 빛바랜 창호지처럼 다소 낡은 모습으로 떠오르는 그 무렵의 일을 이제는 옛날이라고 싸잡아 네 이름처럼 불러야 되는구나 친구야, 오랜만이다 애들이 몇이고? 그래, 나랑 똑같구나 딸 하나 아들 하나라니 ! 이 한통의 전화가 걸려 오기까지 삼십 년이나 걸려야만 했단 말이냐 서로 연락도 하고 언제 한번 만나자며 전화를 끊었지만 우리들의 기약은 다시 아득해지고 무슨 꿈결처럼 잊혀져서 나는 또 가물가물한 너의 얼굴을 영영 놓쳐 버릴지도 모른다 남은 것이라곤 적어 놓은 너의 전화번호 연락처를 알았으니 가끔 전화라도 하마 만나자, 만나자, 하다보면 그 말이 씨가 되어 이 세상 어느 한구석을 차지하고서 끊어진 것들 가슴속 이야기로 이을 날이 있겠지 - 1996 년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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