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0 일째
대안이 필요하다( 퍼온글 )
그에게는 대안이 없었다. 이름난 '싸움꾼'으로 이리 몰리고 저리 쫓기다 보니 제도권에선 더 이상 적응할 길이 보이지 않았다. 떠밀리다시피 찾아온 곳이 때마침 개교를 서두르던 대안학교. 소년A는 인성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이른바 특성화 고교인 이 학교의 첫 입학생이 되었다. 동기생은 남녀 합쳐 40명. 그들 대부분은 학교와 사회와 가정 곳곳에서 깊은 상처를 입어야 했던 '문제아'들이다. 대안학교 생활에서 소년A에게 멋진 '대안'이 발견된 것은 그가 스스로 교내 동아리 한 곳을 찾으면서 였다고 한다. 그곳은 놀랍게도 '홈패션 동아리'였다. 그는 지도교사인 수녀님에게서 뜨개질을 배웠다. 뜨개질은 수시로 불끈대는 '폭력욕구'를 삭이기 위한 자가처방이었다. 뜨개질로, 그는 곁길로 나가려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 7일, 그는 이 학교의 첫 졸업식에서 제1호 졸업장을 받았다. 가고싶은 대학에도 이미 합격을 했다. 사회체육학과에서 태권도 지도자 꿈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졸업에 '성공'한 동기생은 15명. 남자가 10명이고 여자가 5명인데, 이들 중 7명은 대학 진학이 확정됐고 4명이 취업했다. 매일 술을 마셔야 했던 소년 술꾼 B는 아버지와의 불화를 극복하면서 마음을 다잡아 음대 작곡과에 합격했고, 잠자는 일 외에는 취미조차 없던 잠꾼 C는 골프에서 잠재력을 찾아내 골프지도학과에 진학했다. 이 이야기는 충북 청원에 있는 '양업고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신부교장의 집념으로 이 대안학교가 자리 잡기 까지 '인간쓰레기 학교가 웬말이냐- 결사 반대' 플래카드가 주민들 손으로 내걸렸던 일은, 이런 '대안'이 우리 사회에 뿌리박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 지를 말해준다. 대안없는 대안을 찾아야 하는 이같은 일은 우리 사회에 너무나 많이 널려 있다. 나라와 그 모든 공적 기능이 감당할 일이면서도 내던져지고 무시되고 외면되는 '대안 부재'의 만연이다. 뜻있는 사람들, 종교나 사회봉사기관들이 틈새와 공백을 일부 메워보지만 근본대책은 못된다. 대안이 없기로는 거듭되는 '지구파멸의 위기' 경고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개발의 이름으로 강행되는 환경 파괴행위가 있다. 그것이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자행된다는 데 이르면 정말로 '대안' 없는 일이 된다. 드디어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보이는 새만금 간척사업 같은 일이 유엔의 국제기후변화회의가 '돌이킬 수 없는 대규모 전지구적 생태계 변화'에 대한 경고리포트를 발표하던 날에 겹쳐 일어나고 있음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올들어 우리가 체험하는 혹한과 폭설, 때아닌 전염병의 유행이 그저 우연하게 다가온 것이라고만 치부할 일인가. 엘살바도르와 인도의 지진 피해, 유럽의 광우병 소동, 곳곳을 휩쓰는 홍수와 한발..., 이런 모든 '이상' 들이 다만 원인도 대안도 없는 '강건너 불' 일 뿐인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가까운 이해(利害)만을 따지는 시야로는 오늘의 세계시민으로서도 우리 스스로의 자격을 묶는 일이 된다. 새만금간척은 공사강행이 아닌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옳다고 본다. 대안은 양업고교를 졸업한 학생 A,B,C에게만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무수한 A,B,C와 그 몇 천배, 만 배나 되는 한 때의 낙오자들이 사회 구석구석을 메우고 있다. 그들에게 '대안'을 찾아주고 이끌어주고 재생의 뜨개질을 가르쳐 주어야 할 정치의 몫은 지금 보기도 듣기도 민망한 입씨름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오로지 '대권'에만 관심이 있는 듯한 정치인들에게는 이제부터라도 그들 아닌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겟다. 툭하면 방언(放言)과 식언(食言)이 특기인 어느 전직 대통령에게도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 달영 칼럼 -hankook ilbo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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