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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0 일째

편지

어머님....봄이 그대로 오는가 싶더니 오늘은 진눈개비가 한참이나 뿌리고 지나간 거리는 또 다시 눈이 쌓였습니다..눈이 아니라 포근히 비가 내려서 골목 여기 저기 쌓인 눈을 쓸고 거리를 깨끗이 정화시켰음 좋겠는데 눈이 또 내렸어요...그러나 봄은 정녕이나 금방 올겁니다...어느새 뒷밭에선 노란 나비들이 춤을 추고 벌들이 윙윙거림서 나른한 봄을 가져올겁니다...어머님....그렇게 오랫동안이나 병석에서 기침을 못하시고 눠 계신데도 가보지도 못하고 겨우 전화로나 안부한 것이 전부인 저의불효....뭐라고 변명할 말이 없습니다 바로 불효한 것밖엔....바쁘다 느니 직장생활땜이라고 하는말들은 전부가 어디 진실이고 어디가 말이 됩니까?하루라도 짬을내서 갖다가 오는성의가 있어야 지요....당연한 도리를 알면서도 그렇게 말로만 지껄이는 저의불효를 용서하십시요...자식은 평생을 살아도 어찌 어머님의 그 깊은 마음에 접근이나 하겠습니까?그렇게 어머님의 속만 썩히다가 회한과 후회로 살아가는것이 자식이고 그 어머님의 河海와 같은 恩惠에 어찌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을 하겠는지요?어머님....어젠 세종문화회관에서 재경 羅州郡 향우회를 개최하였답니다..비도 오고 해서 가고싶지 않았는데 연호형님의 권유로 가게되었죠...면민들이 모여서 한동안 서먹서먹도 하곤 했지만 이내 친해지고 대화하고 동문을 찾고 그랬지요...이렇게 나주군민중에 성공한 사람이 많고 훌륭한 인사가많단것을 알았습니다...그렇게 다들 성공하고 다들 보람을 갖고 살아가는데 전 출세도 돈도 벌지 못하고 살아가는 초라한 존재였어요...그래도 어린시절은 그 면에선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그리곤 햇는데 왜 오늘의 전 그렇게 초라하게 되었는지요?저의탓이었어요...어떤 웅대한 비전에 대한 집념이 없었어요...그저 그날 그날을 편히 그리고 어렵고 힘든 것을 기피하고 안이하게 살았던것이 아닐가요?어머님....그래도 위안을 삼는것은 제 인생이 어머님의 기대에 부응은 못했다고 해도 늘 정도에서 살고자 하고 평범한 가정이나마 일구고 사는 저의 위치대단한 것이라고 스스로 웃곤 한답니다...그 아나운서를 원했던 안석이나 진남이의 인생들...그 당시는 뭘로 봐도 나보다는 나은 환경이었던 그 들의 삶....오늘은 그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대비가 되곤 합니다..같이서 나주 까지 걸어다님서 공부했던 그 남산의 그 사람...그가 이젠 어엿한 검찰청수사관으로 되어있답니다.그래서 사람은 어렷을때의 그런 각오가 대단히 중요하기도 하고 남보다는 어떤궂은 각오가 바로 오늘을 창조한지도 모릅니다...그리고 노안면장인 조 성철씨...그 사람의 아들이 이젠 부장검사로 되어있더군요...대단한 위치죠...넌 뭣을 했니?하고 나무라도 할말이 없습니다..그건 어디까지나 저의 노력의 부족한 탓이니깐요...전 아마도 의지가 약했었나 봅니다 어떻게 해서든 성장하고 어떻게든 출세하려고하는 그런 의지가 없었던 것이 아닌가요?어머님...그래도 이렇게 어머님이 오랫동안 저의곁에 머물러 주시고 사랑하는 자식들과 그래도 오손도손 산단것만도 다행이 아닌가요?제가 출세를 못해서 어머님의 맘이 아프시겠지만 출세만했다고 해서반드시 어머님의 맘이 좋아지는것은 아니겠지요...늘 그렇게 오랫동안이나 어머님께서 바라보시고 저희들의 인생살이를 훈계 해주시고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을 혹시나 압니까?영란이나 세현이가 이루어 줄지?어머님....이젠 어머님을 보다 편안히 뫼시고 살아야 하는데도 저희는 이렇게 불효만하고 있나 봅니다...어찌 합니까?제가 낙향해서 어머님과 살아야 한다면 모릅니다만 어디 그것이 쉬운일이 된 일인가요?다행이 희순이의 효성으로 제가 마음이 그저 평화롭습니다..형님이나 나도 그저 평화롭습니다 모든것이 희순이의 희생이라 생각합니다...봄이 이제는 서서히 올겁니다..그 봄이 오면 어머님 어서 기상하시고 목골밭도 가시고 장자동에도 가시고 수성댁에도 마실 가시고 그러세요...아마도 봄이 되면 그땐 일어나실거란 생각이 듭니다 .몸을 돌보시지 않고 활동하신 탓에 부른 화가아니던가요?조금은 편안히 그리고 느긋히 사십시요...봄이 오는 4월이면 아버님의 묘에 비도 세워야 하고 그땐 까지는 어머님 일어나시고 그래야 할텐데요...오늘도 눠서 온갖 상념에 잡기실 어머님을 상상합니다 .글고 죄송합니다가서 뵙지도 못하고 이런편지가 어떤 위안도 안된단 사실도 알면서도 제가 할수 있는것이 이런것 뿐인걸요...어머님...맘 편이 잡수고 나날이 호전이 되는 그런 날이 되길 빕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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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991 사랑과 고독, 그리고... 6982 독백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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