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63 일째
일본이란 나라 ( 옮긴글 )
일본의 우익단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밀어 부치고 있는 중학교 역사교과서 개정문제가 한-일간의 현안으로 불거지고 있다. 개정의 추이에 따라서는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과거사 청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애매한 태도를 볼 때마다 일본이란 나라의 수준을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우리의 이웃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대국이고, 스스로 유엔안보리의 상임이사국 자리를 노리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큰 일을 하겠다는 나라가 과거사 인식에 대한 국내의 복잡한 불균형, 모순을 방치하면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는 정말 의문이다. 오래된 개인적 경험을 얘기해보자. 도쿄특파원으로 부임한 지 2개월도 채 안된 92년 4월 공영방송 는 일본의 세균전부대라는 특집프로그램을 2회에 걸쳐 방영을 했다. 미국이나 옛 소련의 극비문서를 뒤져 악명 높았던 731부대의 실상을 파헤쳤던 이 다큐멘터리에 나는 쏙 빠졌다. 내용을 요약해 기사화했다가 다른 특파원들로부터 무슨 신문기자가 방송프로를 보고 베끼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공영방송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수준 높은 특집프로를 몇 차례 방영한다고 해서 일본사회의 혼란스런 의식이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한번은 지방신문사 노조의 초청을 받아 시코쿠의 도쿠시마에 간 적이 있다. 일종의 강연을 마친 다음날 아침 도쿄로 돌아오기 전에 호텔 맞은편에 있는 동산에 올라갔었다. 꼭대기에는 만주에서 죽은 방역급수부대의 옛 전우들을 추모하는 비가 있었다. 방역급수부대란 세균전 실험을 하기 위해 중국인, 만주인, 조선인 `불순분자'를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했던 바로 731부대이다. 나는 여기서 일본의 두 얼굴을 보았다. 다수의 시민들은 대단히 예의바르고 건전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전전의 역사를 미화하려는 국수주의적 우익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물론 다수가 아니지만, 설치기 시작하면 제동을 걸 수 있는 대항세력이 없다. 이들은 일본의 자존심, 일본의 혼을 강조하면서, 여기에 반발하는 사람들에게 공갈협박을 한다. 요즘 역사교과서 개악에 반대하는 성명에 동참한 일본의 지식인들에게 한 밤중에 전화를 해 행패를 부리는 무리들이 바로 그들이다. 일본의 시민단체가 군대위안부나 난징대학살에 관한 전시회를 하기 위해 시 공회당이나 부속건물을 빌려 준비작업에 들어가면, 이들은 시당국에 압력을 가해 대관을 취소하도록 한다. 시 당국의 변명은 옹색해진다. 전시회를 예정대로 열 경우, 우익들이 몰려와 `불상사'가 벌어지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세계의 경제대국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 민주주의 약점이자 아킬레스건이다. 이 점과 관련해 우리도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한-일 두 나라에서 인기가 높은 현대사의 인물을 꼽는다면 아마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상위순번에 오를 것이다. 일본 육사를 나와 쿠데타를 일으켜 일본식 경제발전모델을 도입해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는 그를 일본인들이 호의적으로 보지 않을 리가 없다. 하물며 국민의 정부는 세금으로 그의 기념관 건설을 지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 하나는 의 정체를 똑바로 알아야 한다. 이 신문은 새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추진자들과 사상을 같이 하는 보수우익들의 성채이다. 그러나 과거의 우리 정부는 대북교란전술의 일환으로 이 신문에 밀착해 의도된 정보를 흘리고, 그것을 국내에 역수입토록 해 국내정치에 이용해왔다. 이 신문은 역사교과서 개정문제에 대한 한국언론의 비판이 높아지자, `반일캠페인'이 재연되고 있다고 쓰고 있다. 한국언론의 보도가 마치 일본 사회 전체를 비판하는 것처럼 쓰고 있다. 이 기사를 쓴 사람은 그 동안 일부 매스컴에 의해 한국을 가장 잘 아는 일본인인 것처럼 미화됐던 인물이고, 그것이 우리 사회의 또다른 혼돈상이다. 김 효순 : 한겨레 신문 편집국 부국장 ( 한겨레 신문 칼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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