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0 일째
부끄러운 사랑( 퍼온시 )
지은이: 이정하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닐 듯싶은데난 그때마다 심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낙엽이 떨어지고 해도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나에게는 머언 나라의 종소리처럼 느껴집니다.한때는 나에게도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지요.사랑한다사랑한다이야기할 수 없는당신들이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실 때분식집 구석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그런 여자였지요.공무원도 해보고 사무실에도 있어보았지만그 돈으로는 동생들 학비조차 되지 않더라고밤마다 흠뻑 술에 젖는그런 여자였지요.그녀를 만나고서부터내겐 막니가 생겨나기 시작했고막니가 생겨나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을그녀에게서 느꼈을 때그녀는 이미 먼 길 떠난 뒤였지요.사랑이라는 말은 생각할수록 부끄럽습니다.숲속 길을 둘이 걷고조용한 찻집 한 귀퉁이에 마주 앉아귀 기울이며 이야기하는 것이사랑의 전부가 아님을 믿습니다.모든 것을 다 주어도 주어도채울 수 없는 사랑의 깊이를아직 난 잘 모르고 있으므로내겐 아픈 막니를 두고 떠나간 그 여자처럼사랑한다고사랑한다고감히 말할 수 없습니다.언제나 기댈 수 있게한쪽 어깨를 비워둘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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