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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0 일째

당론보다 양심대로 (퍼온글)

조상기칼럼국민의 정부가 공약했던 국가보안법 개정이 이제야 국정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다가오면서 여당인 민주당이 현실적인 과제로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법을 이대로 두고는 `반국가단체의 수괴'가 서울을 활보하는 셈이 된다. 그를 환영하는 행사는 그가 오기 전이라도 `찬양·고무'에 해당한다. 법 따로 현실 따로의 상황이라면 이것을 법치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낡은 통치행위이론으로 `아웅'할 국면도 아니다. 민주당은 현재 2조 반국가단체, 7조 찬양·고무죄, 10조 불고지죄 등을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2조는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정부참칭' 대목을 삭제한다는 것이다. 또 7조는 부분 또는 완전 삭제, 10조는 완전 삭제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상태다. 국가보안법의 개·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적 이슈였다. 이 법은 분단의 법제로서 격렬한 반대 속에서 제정돼 그동안 숱하게 정치적으로 악용되며 사상과 인권을 탄압하는 도구로 쓰여왔다. 법 내용으로도 형법상 유추해석의 금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등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 가벌성이 있는 부분은 다른 법으로도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하다. 더구나 최근 일고 있는 정치·사회적 환경의 엄청난 변화에 따라 이 법은 법현실과 천리만리 동떨어진 법률이 되고 말았다. 단적으로 6·15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는 화해협력의 시대로 변하고 북한은 공존공생의 파트너가 되었다. 또 남북 사이에는 대화와 교류가 일상이 되었다. 이런 현실에서 북한을 두고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이 미치는 지역을 불법점령한 채 정부를 참칭하는 반국가단체'라고 할 수 있는가. 이 법은 시대변화를 반영하기는커녕 오히려 사회의 진보를 발목잡고 나아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어찌 보면 이미 법이 아니다. 이 때문에 법을 폐지하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사실 당장 폐지하는 것이 사리에 맞기도 하다. 그런데도 폐지가 아니라 몇 대목만 고치는 개정·보완에도 힘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민주당이 국가보안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밝혔지만 가능할지는 자신하기 어렵다. 공동정부라는 자민련조차 “한 자도 고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마당이기 때문이다. 자민련은 지난 대선 때 공조에 합의하며 정책공약으로 이 법의 개정·보완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도 `2기공조' 후에는 “국민의 정부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합의정신에도 불구하고 `시기상조론'만 내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자민련이 복원한 공조는 지역주의에 입각한 `지역 공조', 자리 나눠먹기를 위한 `인적 공조' 뿐이라는 비아냥이 나돈다. 개혁을 위한 정책공조는 관심 밖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법 개정과 관련해 개정안이 제출되면 당론을 모아본 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이회창 총재는 “법을 현실적으로 해석해 탄력적으로 운용하면 된다”며 개정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 바 있다. 그러나 그동안 민중의 생존권 주장에마저 이 법을 확대적용해 남용하고 덮어씌워온 과거를 볼 때 국가보안법을 입법의 영역이 아니라 해석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다행인 것은 여야를 초월해 초재선 등 소장파 의원들이 법 개정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이다. 한나라당만 해도 당지도부의 생각과 달리 30여명의 의원이 법 개정에 찬성하고 있다. 각당이 이 법 개정과 관련해 내부에서 활발한 토론을 하되 국회 표결만은 자유투표를 채택해 처리하는 방향으로 나가기 바란다. 한 의원의 말마따나 이는 존재의의를 상실한 반민주악법을 청산하는 문제로 당론보다는 양심에 따라 투표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것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역풍이 불 조짐도 보인다. 자칫 잘못하면 사태가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엉뚱한 곳으로 흐를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민족적 견지에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남북의 지도자들이 국가보안법과 노동당 규약의 개정을 서로 화답해 지난해 힘들여 얻은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마침 뱀띠해가 열렸다. 그야말로 올해 뱀처럼 슬기로운 모습을 세계에 보이자. - 한겨레 신문칼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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