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0 일째
해답은 나와 있다 ( 옮긴 글 )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고 오는 사이 정치분위기가 묘하게 바뀐 것 같다.대통령이 출국인사에서까지 '국민이 바라는 국정쇄신을 반드시 하겠다' 고 다짐했을 만큼 위기에 대한 긴박감, 비장감 같은 게 느껴지는 분위기였다.국민들도 보통때라면 당연한 DJ의 출국에 대해 '지금 이런 상황에서 꼭 나가야 하느냐' 고 안타까워할 만큼 한시가 급하게 대통령을 쳐다보는 급박한 분위기였다.*** 갑자기 權씨로 초점이동그러나 대통령이 출국하자마자 초점은 대통령이 아니라 홀연히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으로 바뀌고 한시가 급하게 보이던 국정쇄신도 연말이니 내년 2월이니 하는 헐렁한 분위기가 되고 있다.여권에서는 權씨문제가 마치 국정쇄신의 핵심인양 지난 2주일을 이 문제로 떠들었다.왜 위기가 왔고, 위기의 내용은 뭣이며, 극복방안은 뭔가 하는 본질문제에 대해선 고민하거나 논의하는 모습을 볼 수도 없고 오로지 친권(親權).반권(反權)의 권력갈등만 표출됐다.이 과정에서 'DJ도 權씨 문제로 고심 중' 이라는 말도 여러차례 나와 마치 權씨의 사퇴 여부에 국정쇄신이 걸린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했다.여권 내부가 정말 權씨문제로 큰 홍역을 앓았는지, 의도적으로 국민의 눈길을 그쪽으로 좀 끌어보자는 속셈인지는 알 길이 없다.그러나 權씨 거취는 문제의 일부일 뿐이지 그의 후퇴로 문제가 해결됐다거나 국정쇄신의 여론이 진정되리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일 것이다.YS말기에 김현철씨를 구속했지만 그것으로 사태가 호전되지는 않았다. 제2의 김현철로 비유되는 權씨문제도 큰 문제이긴 하나 그를 후퇴시킨다고 위기가 진정되거나 DJ가 박수를 받지는 못할 것이다.權씨문제는 일차적으로는 權씨 본인의 책임이겠지만 그의 행위를 묵인하고 그가 설칠 수 있게 판을 짠 사람은 다름아닌 DJ 자신이다.국정쇄신을 한다면 시대착오적인 가신(家臣)정치의 개혁은 지극히 당연하며 權씨 후퇴는 그 시작일 뿐이다.정작 더 중요한 일은 가신정치가 뒤로 빠진 그 공백을 채울 시스템이 뭐냐 하는 것인데 DJ한테서는 아직 아무런 힌트도 없다.집권측이 말로는 위기요 쇄신이요 하면서도 정신을 못차린 징후는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편중인사가 위기의 큰 원인이라는 소리가 그렇게 높은데도 서울경찰청장의 인사파동이 일어났다.정말 위기감이 있고 쇄신의지가 조금이나마 있었던들 그런 인사가 올라가고 결재될 수 있었겠는가.노벨상을 타고 돌아온 대통령을 환영한다고 근무시간에 공무원을 길거리에 동원한 일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아득히 자유당때부터 비판받아 오던 케케묵은 아첨방식이 21세기에 또 나타나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지난 6월 평양을 오갈 때도 강제동원이 있었지만 문책없이 넘어가더니 이번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이 정부와 DJ 자신이 그런 동원된 환영을 즐긴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이런 자세, 이런 방식으로는 개혁이고 쇄신이고 될 턱이 없다. 머잖아 여당과 비서실을 개편하고 내년 2월 개각도 한다는 일정이 보도되고 있다.그러나 인사 개편으로 위기가 해소된다거나 국정이 잘 굴러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개편도 개편 나름이다.옛 가신 대신 새 가신을 기용하고 A아첨꾼 대신 B아첨꾼을 기용하는 개편이 된다면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지난날 서영훈(徐英勳)대표 같은 당 밖의 인물까지 모셔왔지만 달라진 게 뭔가. 그런 방식의 인사 개편으로 국정쇄신 요구를 때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DJ 새각오부터 나와야문제의 본질은 이미 명백해졌다. 수많은 사람이 누누이 말한 대로 DJ 본인이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 이상 여론수렴을 해볼 필요도 없을 것 같다.이제 와 전직대통령의 의견을 듣고 영수회담을 하고 각계여론을 듣는 등의 절차는 오히려 한가한 감이 있다.이미 해답은 솔직한 여당당원의 입에서, 언론에서, 시정에서 넘칠 만큼 많이 쏟아졌다. 새로 해답을 찾을 게 아니라 나와있는 답에 따라 위기에 걸맞게, 상황이 요구하는 실천을 속도감 있게 할 때다.가장 먼저 내놓아야 할 것은 인사개편 일정이 아니라 자신의 새 각오와 결의, 새로 추구할 리더십의 방향과 국정운영방식, 이런 것들이어야 할 것이다.그런 자신의 의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쾌도난마식의 개혁이 그다음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국정쇄신의 초점이 흐려지거나 물을 타는 일은 없어야 한다.송진혁 - 중앙 일보 칼럼 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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