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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6 일째

수능이 전부는 아니다....

이제 수능은 끝났다. 시험을 잘 치른 학생도 있을 것이고, 평소 실력보다 못 치른 학생도 있을 것이다. 한 문제 더 맞고 덜 맞음에 따라 웃기도 할 것이고 울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울 필요도 웃을 필요도 없다. 지금은 시험이 끝났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하다. 이미 치른 시험을 두고 뒤늦게 미련을 가지고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자세가 요구될 뿐이다. 그렇다. 결과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씨는 뿌린 만큼 거두는 법. 지금 두려워한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결과 앞에 당당한 자세를 지닐 때다. 꽃이 왜 아름다울까. 그것은 꽃이 침묵할 줄 알기 때문이고, 고통을 견딜 줄 알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이 다들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이라면 지금은 침묵할 시간이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여러분들이 수없이 많은 고통의 시간을 보낸 것만은 사실이다. 만일 어른들이 여러분들 만큼 열심히 노력했다면 어쩌면 못 이룰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여러분들의 노력은 그 자체가 하나의 고통이었다. 그러나 나 혼자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다. 87만 다른 학생들도 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리고 고통은 무척 인간적인 것이며, 이 세상에 고통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도 생각하자. 지금 여러분들이 먼 들판을 달리기 위해 말안장 위로 훌쩍 올라 탄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말을 제대로 올라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것은 바로 노둣돌이다. 노둣돌은 말을 타거나 내릴 때 발돋움으로 쓰는 큰 돌을 일컫는 것으로, 만일 이 노둣돌이 없다면 말을 탈 때 그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따라서 여러분들의 인생에 수능이란 바로 이 노둣돌과 같은 것이다. 노둣돌이 있음으로써 보다 쉽고 안전하게 말에 올라 타 달릴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고통의 과정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차가운 눈 속에 덮여 겨울을 보내야만 보리밭의 보리도 뿌리를 내리고 잘 자랄 수 있고, 눈보라치는 겨울바람을 견뎌야만 매화도 멀리 아름다운 향기를 보낼 수 있다. 수능을 치른 여러분들은 이제부터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통은 우리가 먹는 국이요 밥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자연상태에 있는 금붕어는 약 1만여개의 알을 낳는데 비해, 어항 속의 금붕어는 약 3000 내지 4000여개의 알밖에 낳지 못한다고 한다. 아무런 위험도 없이 적정한 온도와 먹이를 공급 받는데도 불구하고 그렇다고 한다. 왜 그럴까. 그것은 어항이 고통이라는 자연법칙의 진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통을 수반하는 삶이 자연의 삶이므로 어항 속의 금붕어는 삶의 실재를 잃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자연상태의 금붕어이길 원하는가, 어항 속의 금붕어이길 원하는가. 나는 비록 위협과 불안이라는 고통이 많다 하더라도 자연상태의 금붕어이기를 원한다. 그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고통이 있어야만 삶이 보다 더 풍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인생은 짧지만 이제 막 수능을 치른 학생들의 인생은 길다. 인생은 일회적인 것이지만 수능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다. 혹 수능에 실패했다고 해서 인생전체를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이제 혼자 공중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거나, 아니면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정동진 겨울바다에 가보거나,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컴퓨터 게임에 며칠간 몰두해도 괜찮겠다. (정 호승 시인) - 조 선 일 보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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