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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6 일째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低音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너를 향한 그리움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이 되어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 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꿈의 해저로 내려가는 사다리 그 어딘가에 너는 산다고 했다 그곳에 카메라를 내리고 나는 수백 번의 셔터를 눌렀다 너의 가슴을 담기 위하여 너의 아픔에 가까이 가기 위하여 물푸레 사이에서 셔터를 누르고 돌고래떼와 암초 사이에서 찰칵찰칵 셔터를 눌렀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수없는 나날이 셔터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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