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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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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슬픔 저러하다 이름했습니다

고정희 어제 나는 그에게 갔습니다 그제도 나는 그에게 갔습니다 그 그제도 나는 그에게 갔습니다 미움을 지워내고 희망을 지워내고 매일 밤 그이 문에 당도했습니다 아시는지요, 그러나 그이 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완강한 거부의 몸짓이거나 무심한 무덤 가의 잡풀 같은 열쇠 구멍 사이로 나는 그의 모습을 그리고 그리고 그리다 돌아서면 그뿐, 문안에는 그가 잠들어 있고 문밖에는 내가 서 있으므로 말없는 어둠이 걸어나와 싸리꽃 울타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어디선가 모든 길이 흩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처음으로 하늘에게 술 한잔 권했습니다 하늘이 내게도 술 한잔 권했습니다 아시는지요, 그때 하늘에서 술비가 내렸습니다 술비 술술 내려 강물 이루니 내 슬픔 저러하다 이름했습니다 아마 내일도 그에게 갈 것입니다 아마 모래도 그에게 갈 것입니다 열리지 않는 것은 문이 아니니 닫힌 문으로 나는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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