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62 일째
가을 밤에 듣는 詩
***그리움에게 ***_ 곽 재 구 _그대에게 긴 사랑의 편지를 쓴다전라선, 지나치는 시골역마다 겨울은 은빛 꿈으로 펄럭이고성에가 낀 차창에 볼을 부비며 나는오늘 아침 용접공인 동생녀석이 마련해준때묻은 만원권 지폐 한 장을 생각했다가슴의 뜨거움에 대해서나는 얼마나 오래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건축공사장 막일을 하면서기술학교 야간을 우등으로 졸업한이등기사인 그놈의 자랑스런 작업복에 대해서절망보다 강하게 그놈이 쏘아대던 카바이드 불꽃에 대해서월말이면 그놈이 들고 오는 십만원의 월급봉투에 대해서나는 얼마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팔년이나 몸부림친 대학을 졸업하는 마지막 겨울그대에게 길고 긴 사랑의 편지를 쓰고 싶었다얼굴 한번 거리에서 마주친 적도어깨 나란히 걸음 한번 옮긴 적 없어도나는 절망보다 먼저 그대를 만났고슬픔보다 먼저 화해인 그대를 알았다길고 끈적한 우리들 삶의 미로를 돌아어머님이 사들고 오는 봉지쌀 속의 가난보다 오래그대와 겨울저녁의 평화를 이야기했고밤늦게 계속되던 어머님의 찬송가 몇 구절과재봉틀 소리 속에 그대의 따뜻한 숨소리를 들었다그대에게 길고 긴 사랑의 편지를 쓴다가슴으로 기쁨으로 눈송이의 꽃으로 쓴다지나간 겨울은 추웠고 마음으로 맞는 겨울은 따뜻했다전라선, 밤열차는 덜컹대며 눈발 속으로 떠나고문득 피곤한 그대 모습이 내 옆자리에 앉아 웃고 있는 것을 본다그대의 사랑이 어느결에 내 자리에 앉아가슴의 뜨거움으로 창 밖 어둠을 바라보게 한다멀리 반짝이는 포구의 불빛이 보이고그대의 불빛이 희 수국송이로 피어나는 것을나는 눈물로 지켜보았다그대에게 뜨거운 편지를 쓰고 싶었다팔년이나 몸부림친 대학을 졸업하는 마지막 겨울외지에서 사랑으로 희망으로 식구들의 희망으로 쓰고 싶었다.***바닥에서도 아름답게**** 곽 재 구 *사람이 사람을사랑할 날은 올 수 있을까미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채그리워진 서로의 마음 위에물먹은 풀꽃 한 송이방싯 꽂아줄 수 있을까칡꽃이 지는 섬진강 어디거나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한강변 어디거나흩어져 사는 사람들의 모래알이 아름다워뜨거워진 마음으로 이 땅 위에사랑의 입술을 찍을 날들은햇살을 햇살이라고 말하며희망을 희망이라고 속삭이며마음의 정겨움도 무시로 나누어다시 사랑의 언어로 서로의 가슴에 뜬 무지개 꽃무지를 볼 수 있을까미장이 토수 배관공 약장수간호원 선생님 회사원 박사 안내양술꾼 의사 토끼 나팔꽃 지명수배자의 아내창녀 포졸 대통령이 함께 뽀뽀를 하며서로 삿대질을 하며야 임마 너 너무 아름다워너 너무 사랑스러워 박치기를 하며한 송이의 꽃으로 무지개로 종소리로우리 눈뜨고 보는 하늘에 피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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