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6 일째
다시 나기
편지1하늘은 나무랄 데 없이 고운 모래의 소립자 나부껴반짝이듯 햇살 난사되는 가을 중턱 사방을 마구쏘다니던 바람이 나뭇가지의 관절 부근에서쉬고 있음 우리 이제 결별하는 것도 인연이에요지난 여름의 푸르던 우리 사랑은 사물에 눈을 뜨게했어요 마음이 돌아서기 전에 당신 손을 놓아야겠어요 자, 당신이 피아노 건반 하나 눌러 음을잡으세요 도음이 좋겠군요 편지2톡, 바람이 후닥닥 놀라 달아나고 있음 이제는 잊으리라그대가 아픔으로 내 전생에 파고 들어올지라도 한 떨기들꽃으로 바람 속에 다시 누울지라도 때때로 그대 그리움으로머리끝까지 공복을 느끼듯이 허허하더라도 내 마음에다그대 키우진 않으리 그대 내 곁을 음의 계단을 타고포르티시모 포르테로 고공비행을 하다가 눈에 고인 눈물로해서 피아노 피아니시모로 벗어나고 있다 편지3모든 사물이 각자가 무리를 지으며 살아가는바다를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위를 홀로 떠가는당신의 마음을 생각했어요 숨 죽여 내려선 곳이당신이 보기에도 먼 발치에 와 있지만 알잖아요, 우린모든 것이 단 한 번만의 스침이라지만 전생에서의 당신의 옷깃과나의 숨결이 수억 겁으로 얽힘으로 맺은 당신과의 만남을잊을 수는 없어요 편지4우리가 다시 태어난다면 어떨까요?당신에 대한 사랑이 퇴색되어 버릴지라도아픔이 다할 때까지는 당신의 머리 위로 고이는푸른 하늘처럼 항시 당신 곁에 있어요 편지5날씨 차가워 드러난 발목이 시려 몸을 웅크려더 낮은 곳으로 하늘을 내려와 품안에 숨겨진당신의 불씨 한결 더 뜨거워지고 한 마디의언약 없이 각자가 서로 흩어져 아무런 생각 없이내게로 달려온 겨울의 길목 끝에서 도돌이표를보았어요 인연이 있다면 어쩜 저승에 가서라도당신의 손끝에 머무르는 바람으로 있고 싶어요산처럼 깊은 헤아림의 아픔을 가지신 당신. 그럼 안녕. -박 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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