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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日目
山
산은 조용히 비에 젖고 있다.밑도 끝도 없이 내리는 가을비가을비 속에 진좌(鎭座)한 무게를그 누구도 가늠하지 못한다.표정은 뿌연 시야에 가리우고다만 윤곽만을 드러낸 산천 년 또는 그 이상의 세월이오후 한때 가을비에 젖는다.이 심연 같은 적막에 싸여조는 둥 마는 둥아마도 반쯤 눈을 감고방심무한(放心無限) 비에 젖는 산그 옛날의 격노(激怒)의 기억은 간 데 없다.깎아지른 절벽도 앙상한 바위도오직 한 가닥완만한 곡선에 눌려 버린 채어쩌면 눈물 어린 눈으로 보듯가을비 속에 어룽진 윤곽아 아 그러나 지울 수 없다.-이 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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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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