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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62 일째

어 떤 노 을< 박두진 >

우박비 자욱하게 쏟아지고 그치고,번갯불 불 붙어 팔팔대고 그치고,우릉우릉 천둥소리 우릉대고 그치고믿었던 모두는 도망하고 잠적하고믿었던 모두는 배반하고 떠나고멀디 먼,당신이 홀로서 걸어가는 벌판에 노을이 젖어 있다벌판이 끝없이 바다로 이어지는홀로서 걸어가는 당신의 전신이 노을에젖어 있다.노을은 주황빛,보랏빛,그 속의 장미빛,그 속의 진달래빛,그 속의 황금빛,혹은 그 속의 선혈빛 임히리홀로서 걸어가는 당신의 발자욱을 물들이고홀로서 안고가는 당신의젖빛 꿈을 물들이고홀로서 울고가는 당신의 눈물을 물들이고,벌판엔,뜨겁게 분출하던 어제의 만세소리내일의 함성소리이젠 없고,다만,떼지어 뒤를 쫓는 이리 울음 들릴뿐,당신이 들고 가는찢어진 기폭하나 바람에 펄럭인다.그 우박이 그치고 적막하고,번갯불 그치고 적막하고천둥소리 그치고 적막하고저녁해 곤두박혀 바다에 별은 아직돋지 않고노을로 불타는 주황빛 하늘 땅,홀로서 걸어가는 당신의 벌판에 노을이 젖어있다.벌판을 홀로 가는당신의 전신이 노을에 젖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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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992 사랑과 고독, 그리고... 6991 독백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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