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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순이

순이가 감 이랑, 고구마랑, 김치를 보냈단 전화가 왔다.

집옆에 서 있는 단감나무가 덩치에 비해 감이 주렁 주렁 많이도 열리더니 몇년전 부터 잘 열리지 않는다더니 올해는 그래도 많이 열렸나 보다.

매사를 날 위해 신경써주고, 건강을 챙겨주는 순이가 고맙다.

 

마치,

어머님 생전에 보내주셨던 거 처럼 그런 착각이 들때가 있다.

어려서 부터의 고운 심성이 지금도 변함없이 간직하고 있어 늘 고맙다.

나섭이란 놈만 지 애비에게 가있어도 편하게 살텐데 마치 운명처럼 꼭 붙여 살면서 사고만 치는 그 못된 놈땜에 고생이 여간 아니다.

 

이혼과 동시에 남편이 아들 셋을 양육하기로 했는데 그 놈이 집을 나와 엄마곁에

있으니 혈육을 어떻게 막느냐고 하지만, 한사코 말렸었다.

비정해도 끊으라고 했지만 그 놈의 정을 어쩌지 못하고 곁에 두고서 살아가니

비 정상적인 놈을 건사한단게 쉬운게 아니다.

마치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순이를 이해는 하지만, 왜 자신을 그렇게 곤난의 구렁텅이로 들어가려는지......

<엄마>란 굴레를 어쩔수 없단다.

 

지난번 사촌형님이 보내준 배 한박스.

그 애길 했더니 마음에 찜찜했나?

그렇잖아도 호박 고구마를 한 박스 살려고 했는데 잘 되었다.

세현이란 놈도 고모에게 반찬거리를 해 달라고 하겠다고 한다.

순인 그걸 귀찮아 하는 성미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줄걸 안다.

그 정성은 내가 다 알고 있다.

_너 임마 고모에게 부탁하고 갈땐 절대로 빈손으로 가느게 아냐

하다 못해 고모가 좋아하는 고기든 선물을 준비해야 해 그게 메너야.

_저도 그렇게 할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용돈이라도 드리고 와야죠, 아빤 아들이 그렇게 염치없는 놈인줄 알았어요?

_당연하고 말고....

 

같은 전라도 땅이라고 해도 여수와 나주는 먼 거리다.

빙 돌아서 와야 하는 곳이라서지.

 

모자란 자식과 함께 살면서 얼마나 매일 정신적인 고통이 클지?

나갔다 바로 오지 않아도 불안하고, 표정만 살피고 사는 엄마.

그런 모자란 자식을 내 팽개치곤 찾아보지도 않은 비정한 그 애비.

그런자를 한때는 남편으로 모시고 살았던 순이.

<이혼>은 그때 열번을 생각해도 잘한거다.

그 자는, 순이와 이혼후에도 몇번의 이혼과 결합하여 산다고 하는데 지금도

방황하고 있단 애길 들었었다.

 

누나도, 순이도 왜 그렇게들 지아비를 잘못 만나서 고생스럽게들 살았는지..

그것도 운명일까?

결혼을 정해준건 아버지 였다.

어느 부모가 자식을 잘못되게 결정을 했을가만, 순이도 본인은 탐탁하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하두 엄한 아비지의 명령이라 거부 못하고 갔단다.

여자의 운명을 가르는 결혼.

조상탓해선 안되지만,본인의 의사를 깡그리 뭉갠 부모의 선택이란 게 얼마나

그 파장이 큰지 알게 된다.

 

부지런 하고, 살림알뜰하고,심성고운 순이가 제대로 남편만 만났어도

행복하게 살텐데 어긋난 운명을 어쩌겠는가?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싶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어 어쩔수없다.

 

-그래 고맙다.네 생각하면서 잘 먹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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