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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적십자 병원.
내겐 잊을수 없는 병원이기도 하다.
1976년말경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의 일기 보면 눈물나 볼수 없다.
업무에 너무 집착했던걸까..
뜨거운 열과 함께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져 형의 등에 업혀 적십자 병원으로 입원했다.
거긴,
그때 금화아파트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라 갈수 밖에 없었지만 시간을 다툰 병에
그 나마 얼마나 다행였는지 모른다.
<결핵성 뇌척 수막염>이란 들어보지도 못한 병.
그때도,
차도 어지럼증으로 타지 못하신 어머니께서 상경하셔 병간호하셨었지.
어머니의 정성으로 21 일만에 퇴원해 집으로 왔고,완치를 위해 긴 시간을 약을 복용했지.
그 1년간의 긴 휴직.
한번의 휴직으로 승진심사에서 얼마나 불이익을 당했는지 모른다.
매번 심사에서 뒤로 밀리고 또 밀리고....
다른 동기들 보담 3년이나 늦었으니 그때의 심정은 참담했다.
오늘,
그 잊지 못하는 적십자 병원영안실을 찾았다.
회원들에게 일일히 전화했더니 이런 저런 이유로 못간단 애기뿐..
핑게 뿐이다.
-어떻게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몸을 담고 있다 나와서 모인 모임인 <시우회>
회원인 당자가 가셨다는데 모두들 핑게 뿐인가?
먼 강남쪽도 아니고 바로 서대문 로터리 부근인데....
이 모임을 해 오면서 느낀건 인간미들이 너무도 없다.
지난번 4월에 이 사람집에 병문안 가잔것도 내가 제의한것.
회장이란 작잔 입도 뻥긋할줄 모른 사람.
나인 뭐로 먹었는지 모른다.
비정한 세태를 또 다시 느끼면서 혼자서 찾았다.
미소띤 얼굴로 맞이하는 고인 김 기현(이번에야 밝힌다)
'어서 와 별일없고 잘지내고 있었어?'
인사 하는거 같다.
생과사의 간격이 이렇게도 먼것인지....
한참을 쳐다보니 눈물이 날거 같아 혼났다.
<살아있을때 한번 더 찾아와 손이라도 잡아줄걸..>
-아버지가 방금 입관했는데 편안한 모습이더라구요 고통없이 가신거 같아요.
마치 고질적인 병마에서 벗어나 편안히 가신게 좋은듯 말한거 같이 들린다.
단 하나의 아들,
고인으로 부터 아들에 대한 애길 들어서 잘 안다.
대학 졸업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밖으로 떠돌고 있다는 자식.
어떠한 상담도 어떤 이유도 없이 그렇게 밖으로만 3년간인가 떠돌았다고 했는데
그건 얼마나 큰 불효인가.
그런형태로 고통을 받고 있는 아버지 모습이 보기 싫은건가.
고인의 딸도 매한가지였던거 같다.
그의 집을 방문하면 퇴근후 집에 오면 고인에게 인사는 고사하고 아는체도 하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린걸 몇번을 봤었다.
'다녀왔습니다' 한 마디 인사가 그렇게도 힘든건지 쌀쌀했다.
-딸네미 잘못 가르친거 같아 왜 나보고 인사도 안해?
-저앤 원래 그래 이해해.
정말로 밥맛없는 애야 내가 봐도....
친척 몇이 모여 앉아 있을 뿐 괴기하게 조용한 조문객 접대실.
-이렇게 어제도 조문객이 없었나요?
-네 그랬어요,모르죠 오늘 밤은....
절망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필코 완쾌하겠다고 호언하던 고인.
그런 바램은 어디다 버리고 홀연히 가버린 것인지....
오늘 또 다시 인생무상을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