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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4 일째

비가와도 쨤을 내자

긴 장마가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이번주까지만 참으면 장마가 끝이라고 하니 기다려 봐야겠다.

늘 장마후에 닥치는 태풍.

한숨을 돌리는가 하면 태풍으로 한해 농사를 망치는 농심.

농사를 지어봐서 농부의 아픈마음을 안다.

 

저수지 바로 곁에 있었던 우리논.

사실은 아버지 앞으로 등기된 논이 아니라 저수지 가장자리에 있는 작은 땅.

저수지 물이 빠져 농사를 지어었다.

한 200평정도나 될까?

우리뿐 아니라 정오네,당숙네도 갖고 있었다.

다행히 홍수나 태풍이 피해가면 다행이지만,어떤땐 홍수로 태풍으로 애간장을 먹으며

짓던 벼 농사.

물이 벼의 목에까지 차서 물속에서 수확하여 논두렁에 건져 놓은뒤에 너른곳으로 이동하던

그 어렵게 농사짓던 시절.

논두렁에서 너른 산으로 옮기는 작업은 얼마나 힘들던지...

그걸 모두 지게로 옮겨야 했으니 죽을 지경였다.

농부에겐 벼가 바로 생명줄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도 고향에 들르면 저수지 가장자리의 우리가 짓던 논을 본다

예전의 모습은 그대론데 잡초만 무성한 그곳.

정오도, 당숙네도 이미 고인이 되었으니 무심한 세월이다.

정오는,

저수지 곁에 눠 자신이 일했던 그 논을 그윽히 바라보는지...

모든게 무심하다.

 

일년동안 심혈을 기울어 지은 수박농사와 참외 농사가 물에 잠겨 망친 농부.

한밤중에 벼락처럼 내리친 흙더미에 생명을 잃은 촌노들.

장마가 안겨준 아픔의 현장이다.

 

아침에 비가 내려 오후 잠간의 짬을 내서 뒷산에 올랐다.

후덥지근하지만 그래도 땀을 흘리고 샤워하면 몸은 거뜬하다.

갈곳없는 노인들.

비가 오는 날인데도 정자가 꽉 찰정도로 모여  바둑이며 장기에 빠져있다.

마땅히 쉴만한 공간이 부족한 현실에서 산으로 모여든다.

'나도 저 나이되면 저렇게 산으로 올려나?'

 

흠뻑 땀흘리고 내려오니 와이프가 찰 옥수수를 내 놓는다.

-옥수수는 쪘을때 바로 먹어야지 찰져요.

-알아 샤워나 하고서...

지금쯤 시골가면 순이가 찰옥수수를 기막히게 맛있게 쪄줄텐데....

이번 여름이 가기전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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