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1 일째

산에서의 잠시 인연

윤선배와 관악산 등산하기로 약속했는데 전에 한번 동행했던 <옥>씨와 함께 나왔다.

나와 윤 선배는,

퇴직후 시에서 알선하는 일에 나서지 않았지만 그는 몇년동안을 주차단속원으로 활동했다.

우린,

아마도 배가 덜 고팠거나, 알량한 자존심 같은게 있었던가 보다.

배가 고파도 남에게 죽어도 손을 내밀지 못하는 아버지의 자존심,

그걸 닮았을까.

 

셋이서 함께 식사를 하니 별미고 재미도 있다.

술이 빠질손가?

그가 담겨온 쑥술을 내 놓는다.

쑥향이 그윽해  좋긴한데 이것도 술은 술인지라 딱 한잔했다.

사고나기 전에 건강했던 몸처럼 이런 술도 편하게 마실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후엔,

바람에 세차게 불어 춥다.

 

엊그제 산 연두색 배낭.

-요즘 그린이 트렌드라고 하더니 센쓰하나 빨라 좋아,

좋은데....

-그래요?

너무 밝은색 같지 않아요?

-아냐,나도 하나 사고 싶어.

 

점심후,

막 삼막사를 건너 돌아오려는데 50대 초반의 두 여인이 묻는다.

-어디로 가세요?혹시 예술공원쪽으로 가시는지...

-그리로 가는 중입니다.

-그럼 우리랑 함께 가요 그래도 되죠?

-그러죠.

 

등산중엔,모두들 친절한가 보다.

다섯이서 도란거림서 하산.

수원에서 석수에서 올라오는 중이라고 한다.

하긴 수원에서 관악산 오긴 가깝긴 하지.

5명은 남은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눴다.

그 독한 쑥 술을 잘도 마신걸 보면 상당히 주량이 센거 같다.

길을 묻는데 목적보담은, 우리와 동행하고픈 어떤 의미가 있어 그런건 아닌지 모르겠다.

-저 얼굴들과 동행하고픈 맘 없어, 안그래? 나도 눈이 있는데....

-선의로 생각하세요 너무 앞서가는거 아닌가요?

-아냐, 우리가 이끌면 끌려올거 같은 감이 들어.

-착각하신건 아니죠?

-예감이 그렇단 애기야.

-글쎄요.

 

등산중에,

인연으로 엉켜져 술집으로 노래방으로 간단 애긴 들었지만...

우린 한번도 그런 경험은 없다.

사람들의 종류는 별스런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까?

 

다 하산해선 그들과 헤어졌다.

정읍집으로 가서 막걸리한잔 하잔 윤 선배.

함께 온 옥씨 탓일거다.

-우리끼리 가서 미안해요 잘 가세요.

-그래요, 오늘 고맙구요 인연있음 만나겠죠.

-네.

 

2년전에,

이런 경우가 있을땐 그렇게 열정적으로 여자들을 동석시키려고 하시던 윤 선배.

오늘은 전혀 딴판으로 냉랭하다.

여자의 외모가 아니란 애긴가 보다.

내가 봐도 그런거 같고, 윤 선배의 심중도 같다.

상하이의 등신명이란 외모가 뛰어난 유부녀에게 목숨건 넋나간 외교관들.

그들이 빠져든건 그녀의 심성이 착하거나, 고와서 그랬을까?

단하나  외모,

그것 뿐였다.

하긴, 장희빈에 빠져든 숙종도 그녀의 모든것을 덮어두고 외모에 빠져 그런 국난을 초래한거

아니겠는가.

남자들의 가벼운 시선과 선택.

패가 망신으로 이어진것을 우린 숱하게 봐 왔다.

일부이긴 하지만.......

 

 

 

 

 

 

 

 

 

 

 

 

 

 

 

 

 

 

 

 

 

댓글 작성

일기장 리스트

12 1991 사랑과 고독, 그리고... 6983 독백 98

히스토리

키쉬닷컴 일기장
일기장 메인 커뮤니티 메인 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