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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3 일째

느림의 미학이 좋을때가 있다.

예전엔,

편지가 참 중요했다.

전화는 물론, 핸폰같은건 상상조차 못했으니...

 

군대서의 기다림.

애가 탄 것이 바로 편지.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오직 편지 뿐....

매일 밤엔,

내무반장이 한움큼의 편지를 들고온다.

하나 하나 부르면서 줄때 받는 기쁨.

어떻게 알까?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쓰는 편지.

하나 하나의 얼굴을 그림서 쓰곤했다.

<선><명><숙>들의 편지.

가장 가까운 그리움으로 다가선 선.

그저 동생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왜 그렇게 편지는 외길로 갔을까.

1주일후엔 어김없이 오는 답장,

그리움, 오빠, 보고싶다 등등.

마음을 움직이게 했었지.

 

썻다가 지우고 또 쓰고 지우고...

몇번이나 했던가...

-보고 싶은 선에게...

-그리움으로 새겨진 숙에게...

갖은 미사여구로 그렸던 편지.

답장이 오고 하는건 편지가 마음을 움직인게 사실.

 

동생 준의 친구인 <선>

그와의 긴 사귐은 군대시절의 편지로 부터였지.

나와의 관계,.

그건 비밀로 하는게 좋다고 하던 선.

-왜 그랬을까?

준은,

선을 오빠인 나에게 소개해줄 그런애가 아니라 했다.

너무 자유분망하다 했지만......

나에게 다가온건 다정함 였을까?

 

편지를 쓸땐,

늘 긴장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곤 했다.

그날 쓴걸 봉투에 넣은 기억이 별로 없다.

 

요즘의 핸폰 문자.

그런 감정은 없다.

빠르고 편하다.

즉각적이고 감각적이고 매일 매일 마음이 변한거 같다.

그 빠름이 좋은가?

 

지금은,

사이버 상에 일기를 쓰지만..........

한동안 백지위에 일기를 썼다.

누렇게 변색한 일기장.

내용은 너무 촌스럽고 볼품없지만, 진실은 보인다.

아픔과 슬픔,즐거움.....

하나 하나의 기록엔 고뇌의 흔적이 보인곤 한다.

그걸 한권 한권 부피로 느껴지고 간직했는데 이젠 그게 아니다.

느림의 미학은 사라지고 모든게 빠르다.

 

스피드 시대에 살면서,

가끔은 그런 느림을 그리워 하는건 모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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