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3 일째

놋쇠 식기에 대한 추억

 

ㅇ 고 졸업식때 상을 받았다.

부상으로 받은 놋쇠 밥 그릇,  국 그릇과 은수저 한벌의 식기셑트.

학생이라면 당연히 책을 줘야 맞는데 왠 놋쇠 식기였을까?

사각나무곽에 들어있어 무척 궁금했는데....

조금은 서운했다.

내겐 불 필요한 물건 같아보여서지.

 

밥그릇 뚜겅엔 < 축 제 13회 ㅇ고 졸업 >이라 새겨있었다.

학교가 생긴지 얼마되지 않은 탓이라 역사는 짧다.

 

그 당시엔,

밥 그릇은 거의 사기그릇이 주류였고, 잘 사는 사람들이 놋쇠 식기를 사용한 정도.

어머니 눈엔 귀하게 보였던가 보다.

-저 밥그릇은 니 아부지 식기로 쓸란다.그래도 되지?

어머닌, 내가 묻지도 않은데 조금은 미안했던지 물으셨다.

-당연하죠, 그럼 누구거로 써요...

 

조금이라도 색이 바래면 번쩍 번쩍 빛나게 닦아 늘 새것처럼 아버지 밥상에

올려 놓으셨고, 외출이라고 하심  뚜겅을 닫아 아랫목에 이불로 싸두셨다.

그 뜨거운 사랑을 보이셨던 어머니.

지아비 섬김은 지극정성으로 남 달랐던 어머니.

그 시대의 어머니들은 모두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남편을 하늘처럼 섬기는 후덕한 그 정성.

-지금 와이프는 어느정도로 날 대할까?

아무리 후하게 점수를 줘도 어머니의 반도 못 따라올거 같다.

 

늘 밥상에 놓인 놋쇠식기.

추운 겨울엔 보온역할을 하는 식기라 뚜겅을 열면 모락모락 김이 오르곤했다.

모든 식구들의 식기가 사기류 일체에서 아버지것만 누런 빛의 놋그릇.

아버진 우리식구의 기둥이고 왕였지.

아버진 밥을 덜땐 꼭 그 놋그릇 뚜겅에 덜곤했다.

 

그 식기는 돌아가실때 까지 늘 아버지가 사용하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가 사용하신게 아니라 고히 간직했다가

제삿상엔 그 식기에 밥을 담아 놓으시곤했지.

밥그릇과 국그릇, 그리고 수저와 젖가락.

당신이 애지중지하게 사용한 것이라 그랬을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랬었나........

 

지난번 시골에 갔을때...

창고 한구석에 처 박혀 있던 그 식기.

짙은 잿빚으로 바래 구석에 처 박혀 있었다.

아버지 생존시엔 그렇게 빛나는 광채로 늘 밥상에 놓였던 것인데.......

당신의 소지품을 냉대한거 같아 조금 서운했다.

어머니 생존시엔 결코 있을수 없는 일.

-저거 그래뵈도 기념품인데, 잘 보관해라.

보기만 해도 아버지 얼굴이 떠오르는 추억의 식긴데....

-그렇잖아도 아버지 제삿상에 이 식기를 쓰라고 해도 수원오빠는 듣는둥 마는둥

해요..

오빠가 상으로 탄건데 누구 줄수도 없고 버릴수도 없고...

-버리긴 왜 버려?

싫음 내가 보관할께...

난 소중한 기념품이야. 골동품 같은....

-그러세요.

 

20여년을 아버지 밥상에서 하루도 떠나지 않았던 그  식기류.

늘 깔끔하게 관리하고 기분좋은 밥그릇으로 사용했던 아버지 전용식기.

순간 아버지 생각에 울컥했다.

주마등 처럼 스쳐가는 그 숱한 영상들.

아버지와의 결코 가깝지 않고 하늘처럼 올려만 봤던 긴 추억들.

-가시면 끝인데, 왜 그렇게 평생을 근엄하게만 사셨을까?

 

언젠가,

시골에 가면 반짝 반짝 닦아 보관해야지.

사연도 모른 애들은 왠 골동품을 그렇게 보관하느냐고 그럴까?

식기에 얽힌 사연을 애기해 주면 이해하겠지.

 

 

 

 

 

 

 

댓글 작성

일기장 리스트

12 1991 사랑과 고독, 그리고... 6985 독백 98

히스토리

키쉬닷컴 일기장
일기장 메인 커뮤니티 메인 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