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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4 일째

한 때는 닮고 싶었다.

 

서울에 입성해서 연호형님댁에 머물었다.

당분간 방을 얻을때까지만 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의도는 묵고 싶었다.

친 형수같은 분이라 편해서 였을거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지만,대화가 통했고 날 인정을 해 준 것이 좋았다.

달랑 방 두갠데, 방 한칸을 내준단게 어디 쉬운일인가?

이미 아들 셋인 형님, 두개의 방도 모자랄 텐데..........

물론,

숙식도 같이 하고 어린애들과 한방을 썼으니 편하긴 했지만,그건 내 생각일 뿐....

 

현저동 금화아파트 11동 504호.

산중턱에 지은 아파트라 독립문과, 무악재가 훤히 아래로 보였고 멀리 남산이 바로 앞에

보였던 전망 좋은 시민 아파트.

여름은,

선풍기 조차 필요없는 입지라  쉬원하게 보낼수 있었다.

낡고 볼품없는 시민아파트가 뭐가 좋아 신혼생활을 이걸 구입해 시작했다.

시야를 좀 넓게 펼쳐봤어야 했는데....

나 보담 사회경험이 풍부한 와이프 조차 이의달지 않고 사자했다.

 

1974년도 연호형님과 맺은 인연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아니,

죽을때 까지도 이어갈거같다.

공직으로 이끈 형님이 아닌가.

 

그 당시,

형님은 잘 나갔었다.

누구나 부러워 하는 광화문 청사에서 근무했고, 법무부에서 힘께나 쓰는 부서에 계셨지.

친척중엔 누구하나 내놀수 있는 사람이 없었지만...

형님은 나의 유일한 빽였다.

그 형님덕분에, 서울구치소의 생활이 그 정도 편했던거 아니었을까?

가끔 한번씩 전화주곤 동생이라 했으니까....

 

-안정된 직장과 직위.

-규모있는 살림을 꾸리는 알뜰한 아내.

-아담한 아파트 한채와 아들 셋.

솔직히 부러웠다.

 

형님은,

고지식할 정도로 보수적이지만, 형수는 아니었다.

매사가 깔끔하고, 끊고 맺음이 분명한 똑 부러지는 살림꾼.

 

그런 고지식한 형님이 언젠가 술집에서 밤을세고 오셨었지.

어쩌다 술집에서 어울려 놀다보니 그렇게 되었던가 보다.

외도였는지 모르지만.....

그걸 이해를 못한 형수의 반란(?)은 무서웠다.

-난,

저런 더러운 사람과 못산다느니...

차라리 뛰어내려 죽고 말겠다느니...

아내를 두고 어떻게 외도를 한 사람과 사랑할수 있냐느니..

물 한모금 마시지 않고 3일간을 방에 누워 투쟁을 하던 형수.

그 불같은 성미를 보곤 두발 들었었다.

얌전했던 남편의 배신행위가 미울수도 있었지만, 초장에 버릇을 잡으려고

그렇게 쇼를 했다고 했다.

 

잘 나가던 공직을 하루아침에 집어치우고 <소망의 집>원장으로 발탁되었단 소식

서운했다.

끈이 잘려나간거 같은 서운함도 들었지만,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직장으로 변신한것이

불안하기도 했다.

 

구의원 두번 당선과 두번의 고배.

빚만 졌단다.

20년된 27평짜리 연립한채 뿐.....

연금도 없고, 애들의 지원으로 그날 그날을 보내고 계신다.

현실이 초라하다.

구의원과 원장도 했으니 명예는 얻었다고 자위할까?

 

공직으로,

한결같이 달려왔으면.......

명예는 얻지 못했을지 몰라도 고위직으로 끝나 연금으로 충분히 살수있었을텐데...

 

그 사람의 행복은 바로 현재다.

현재일뿐, 과거는 아무것도 아니다.

초라한 현실에서, 아무리 화려한 추억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적어도 이 정도의 연륜에선, 여유있게 살아야 하지 않는가....

 

한때,

내 삶의 이상향으로 바라보고 닮고 싶었던 형님.

방문했을땐, 형님은 부재중.

금화아파트에서 보던 그 큼직한 액자가 낯익다.

달필로 쓴 <蓄德>..

-그래 덕은 쌓을수록 좋지..

존경받고 자신의 성장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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