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1 일째

그리운 어머니

어머니, 오랫만에 불러봅니다.

그간 잘 지내고 계셨죠?

그토록 금술좋았던 당신들, 하늘 나란들 달라질 리가 있겠어요?

오손 도손 잘 계셨으리라 믿어요.

 

당신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간절히 보고싶었던 손주들.

주현이와 세화가 다녀갔어요.

마지막 떠나는 날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천하의 나쁜 놈들.

호통쳤더니 여태껏 숨어버렸다가 어제야 왔어요.

보고 계셨죠?

늠름하게 성장해서 찾아온 것이 기쁜것도 잠시...

괴로움을 전하더군요.

제수가 완치가 불가능한 폐암이라더군요.

것도 말기라니......

 

어머니,

그래서 주현이가 2월 초순에 결혼을 한데요.

가을에 할 작정였는데, 그때까지도 제수가 생존가능성이 희박한가 봐요.

이 무슨 청천벽력같은 애긴지요?

숨어있다가 결국 이런 비보나 전하려 나타났는지요?

믿어지질 않지만, 현실이랍니다.

 

주현인,

행정고시 준비를 접고 회사에 취직이 되어 나가고 있고,

세화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한다나 봐요.

너무도 늠름한 청년과 빼어난 미모를 간직하고 있는 세화가 너무도 자랑스러웠어요.

내 핏줄이란게 너무도 좋았는데.....

이 만큼 바로 성장해서 이젠 자신들이 갈길을 가고 있는데...

이 무슨 흉보인지 모르겠어요.

저, 어제 잠을 뒤척였어요.

그 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는데 괴롭더군요.

어디에 살더래도 그저 잘 살고 있기만 바랬는데...........

 

조카들을 보니 그 간의 미움이 눈녹듯 사라지던군요.

하긴, 이 애들이 무슨 잘못이 있나요?

배려 못한 엄마의 잘못이지.

 

자신의 삶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안건지....

지난 가을에 동생의 무덤을 찾아왔던 제수와 조카.

그게 마지막 인사나누려 온거였나 봐요.

그 간의 잘못을 빌려 온건지도 모르지만.....

 

어머니,

저 이젠 그 미움을 버리고 다가서려 합니다.

제수때문이 아니라, 저 조카들의 눈망울 때문에 어쩔수 없어요.

저도 어쩔수 없는 가문의 핏줄인걸 부인하지 못하지요.

하긴,

제가 언제 문을 닫고 살았나요?

저들이 그렇게 닫아 버리고 살았던거죠.

 

내 어머니가 마지막 가시는 날까지......

그 토록 보고싶었던 그들을......

보여주지 않았을때, 이를 갈았어요.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수 없을거라고.....

-어떤 변명을 할수 있을까요?

 

제수의 상태는, 폐암말기인 4기라네요.

의사도 손을 놓았고, 공기좋은곳에서 요양중이랍니다.

혼자 곰곰히 생각하면 기가 막히겠죠.

더 나아길 길이 없는 막다른 길에서 서 있는 사람.

그 참담함을 어떻게 달래며 보내는지............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바라보는 심정은 차라리 평온할까요?

모든것을 포기하니....

 

암튼,

2월 6일 주현인 결혼을 한답니다.

누나랑 순이도 온다하네요.

당연히 와야죠.

동생없는 빈 자리를 누가 지켜야 할건지 그게 조금 걱정되네요.

형님과 상의해서 저라도 지켜야 할거 같아요.

조금이나마 덜 쓸쓸하게요.

그 날도, 제수는 애써 건강한 모습을 보일려고 짙은 화장하고 나오겠지요.

곁에서 지켜 보는 내가 참을수 있을지....

북바치는 서름에 주책없이 눈물이 나올지 모르겠어요.

 

어머니,

하늘 나라에서 지켜보심서 빌고 계시겠지만...

어쩔 도리가 없네요.

아직은 조카들이 불쌍하지만, 현실을 어떻게 하겠어요.

 

어머니,

지난날들의 허물과 서운함도 모두 접으세요.

그 간의 나름대로의 사정을 그대로 받아주자구요.

지금에사 따진들 아무런 보탬도 의미도 없는 것들.

 

어머니, 그래도 왠지 제수가 불쌍해지네요.

30대에 혼자되어 재혼도 할수 있었겠지만.........

오직 애들을 나름대로 훌륭하게 키운건 고마운 일이잖아요?

이젠 좀 고생도 끝나고 살수있게되었는데 그런 병마에 걸리다니요.

이게 어쩔수 없는 인간의 한계인거 같아요.

부름 가야지요,모두들....

 

암튼,

어머니 하늘에서 제수 만나도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주현이와 세화도 잘 보살펴주시고요.

아셨죠?

 

당신 떠나신지,

7년이 다가오네요.

그해 3월의 모진 추위를 끝내 버티시지못하시고 가셨죠?

3월의 끝에서 끝내..

그 저주스런 3월이 어찌나 원망스럽던지.....

 

어머니, 모든걸 접으시고,

주현이 결혼식에 오세요.

그리고, 축하해 주세요.

오늘,

당신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댓글 작성

일기장 리스트

12 1991 사랑과 고독, 그리고... 6983 독백 98

히스토리

키쉬닷컴 일기장
일기장 메인 커뮤니티 메인 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