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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3 일째

눈이 좋아..

-밖에 눈이 많이 내려서 혼자 보내기 아쉬워요.

오늘 소주한잔 하고 싶어요,할래요?

j의 멧세지 한통.

 

엊그제,

자존심상할수도 있는 문자를 보냈는데.....

다른때 같음 며칠간은 침묵으로 시위(?)를 해야 맞는데....

왜  개의치 않고 문자띄웠을까?

나만 그걸 충격요법으로 본건가.

아님,눈이 좋아 모든게 묻혀버리고 싶었는가?

 

1시 반에 아늑한 분위기가 좋은 당산동으로 하자했는데....

눈이 많이 내려 2시에 <백구 오리탕>집으로 오고 싶단 제의.

먹어보면 오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잊게하는 그곳.

입맛이 맞나보다.

 

밖엔,

함박눈이 소담스럽게 내리는 풍경.

달리는 차도, 사람도 모두가 엉거주춤한 모습.

하긴 서울의 이런폭설을 본지 언제지 기억이 없다.

눈내리는 풍경은 왠지 마음조차도 포근하게 감싸고 흥겹다.

이젠,

그런 풍경조차도 삭막하게 느낄 연륜이 맞는데.....

눈을 맞으며 어딘가로 싸돌아다니던 어린시절,

그 너른 저수지위에서 늦게까지 함박 눈을 맞으며 설매타던 시절.

얼마나 그리운 시절이고 추억인가.

괜히 눈이 오면 좋았었지.

 

술 마시기 좋은 시간인가?

실내엔 여전히 사람들로 소란하다. 

2시면 어지간히 사람들도 발길이 뜸할 시간인데도 여전히 분주한 이집.

그래서 그 집만의 오랜전통은 무시못하나 보다.

-30년 전통의 백구오리탕 집.

이 부근은 누구나 다 아는 집.

유명세가 하루아침에 얻은거 아니지.

 

10분정도 늦게 도착한 그녀.

머리엔 하얀 눈을 덮어쓰고 왔다.

약간의 겸연쩍은 표정도 잠시 금방 천연덕 스럽기만 하다.

-보낸 문자 보았어?

-그럼 봤죠.

-그럼 답은?

-별로 기분좋은 내용이 아닌데 답은 왜  써요?

-네가 또 얼마간 토라져서 침묵으로 이어질줄 알았는데...

-그런 정도의 문자 한두번 받았나요?

그리고 구구절절 맞는말을 뭐라해요?

- 알긴 아는군.

다시 말하지만,

모든것을 네 위주로 생각지마.

네가 주변상황에 비위를 맞춰야지 누가 맞춰주냐.

하긴 그런 충고 한두번 한거 아니지만 넌 고치려는 열의가 부족해.

-네네..

그만 해요 다 알아들었으니까..

오늘 기분좋은 자리로 만들고 싶어요.

-알았음 되었네.

 

2시면 배가 고픈 시간.

구수하게 우러난 국물이 입에 달다.

동동주 마시고 싶다해서 우린 동동주로 했다.

서울의 막걸리 대명사 <서울 막걸리>다.

여러가지 있지만, 그래도 역시 서울막걸리가 인기다.

 

오리 중정도크기로 시켰지만...

양은 엄청나다.

중 정도면 3명이 먹어야 맞을거 같은 양인거 같다.

그녀도 나도 그렇게 대식가가 아니어서 그런건가.

 

동동주에 오리탕.

이게 궁합이 맞는지 모르지만 기분은 좋다.

 

-그래도 난, 네가 또 삐진줄 알았는데........

눈이 와서 보낸거니, 아님....

-눈도 오고, 시간도 넉넉하고 해서요.

이런 시간을 노치고 싶지 않았어요.

내가 얼마나 생각을 했는데.......

-말은 누구나 잘해.

그 보다는 실천이 중요하지,누군 말은 못하나....

넌 말은 그럴듯해.

좋은 소린 다하고....

-맘이 이쁘니 그렇지.ㅎㅎ.

 

2 차는 항상 가는 그 커피™Ÿ.

눈이 너무 내려서 그런가.

몇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오해와 반목으로 일관하다가도 한 커풀만 들치면...

결코 멀리있는 존재가 아닌 그녀.

손을 내밀면 금방 잡는 거리에 있다.

끊지  못하는 이윤지도 모르지.

긴 세월을 능숙한 말,표정으로 대화나눴던 사이.

눈짓하나에도,

속내를 알수 있어야 하지만....

다정이 병인가?

반목과 트러블도 많다.

익숙한 그녀가 어느새 먼 타인으로 느껴지는건 왜 일까?

결코 가까운 사이가 아닌 영원한 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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