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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4 일째

오래된 인연

매번 명절이면 잊지않고 찾는 곳이 있다.

연호형님 댁.

차라리 친형은 잊어도 이 형님은 잊지않고 찾는다.

이 형님과의 만남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내 인생은 흘러갔을까?

적어도 지금의 모습은 아닐것같다.

 

제대하고, 어딘가에 취직을 해야 하는 절실한 상황였을때...

지그시 손을 내민 이 형님.

아니,

방향감각을 잃은 내게 길을 제시해준 연호형님.

이런 분을 조우한건 어쩜 내겐 행운였던거 같다.

 

정보부재의 상황과 방황.

그 누군가의 조언이 절실했을때...

한번의 실패의 원인을 몰라 혼란스러웠을때...

 그 원인을 파악하고, 대처해준 분였다.

얼굴한번 마주친적없었던 사이였는데......

이건 내가 운이 좋은 탓이 아니었을까?

 

연호형님은,

30여년전이나 지금이나 늘 그 모습과 변함없는 마음.

한결같다.

더도 덜도 아닌 늘 그 자리에서 그 모습으로.......

어쩜 헤어스타일까지도 그 때나 지금이나 같을까?

그래서 더 존경스러운지도 모르지.

변함없다는 것.

 

그 길로만 가셨던들..

자신도 나도 조금은 더 발전할수 있었을텐데....

공직에서 종교단체의 총무부장으로 스카웃.

거긴 정년까지 머물수 있는곳이 아니었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었지.

그리고, 구 의원 당선 두번.

거기까진 평탄하게 달려왔었지만...

두 번의 고배로 상당한 심적, 재정적 타격을 받았나 보다.

 

형님이 좋아하시는 과일주와 약간의 안주감을 선물로 샀다.

매번같은걸 드릴순없고....

선물고르기도 여간힘든게 아니다.

이쯤이면 선물꾸러미로 꽉 차던 거실.

썰렁했다.

-누가 야인을 기억하고 선물하겠는가?

철저하게 기브엔드 테이크 법칙이 존재하는 세상.

자신에게 어떤 유불리로 따져 인관관계를 형성하고 맺는것을...

 

12시경에 방문한다고 애길했었다.

하시는일은 없어도 늘 집엔 안계시는 분이라...

 

형수님이 끓여주신 구수한 된장국과 복분자 한잔씩하면서 밀린대화를 햇다.

형수님의 음식솜씨는 예전부터 알아주는 솜씨 아닌가?

깔끔하고, 감칠맛나는 반찬들.

여전했다.

지척인데도 자주 찾아뵙지 못해 미안했다.

사람은 외로울때 자주 만나야 고마운줄 아는법인데...

 

-참 형님과 현저동 금화아파트 102 동 504호에 살던때가 좋았던거 같아요

문만 열면 인왕산이 눈앞에 펼쳐지고 쉬원한 바람이 불던 그곳..

-그래, 그 시절이 벌써 몇년전인가..

참 빨라 ...

 

오랫만에 만나서 복분자 한잔씩 하고 밀린 회포 풀고...

보람된 날이다.

소중하고 오래된 인연.

더 가깝게 지내고, 더 배려하고 그래야 겠다.

그것이 바로 인간답게 사는 길이 아니겠는가?

의리라고 하긴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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