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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7 일째

물처럼 바람처럼.....

그렇잖아도 그간 너무도 적조해서 한번 만나 소주잔이라도 나누고  싶었는데..........

며칠전에,

김 소이씨로 부터 청천벽력같은 소릴 들었다.

-김 남기씨가 직장에서 퇴근길에 전철에서 영영 되돌아 오시지 못하고 가시고 말았데요혹시 그 소식 들었어요?

-아니 세상에.....??

너무도 어이가 없어

몇번이나 사실이냐고 되물었다.

-아니 그 분이 고인이 되었다니....

도저히 믿어지질 않는다.

 

1976년도에 아직은 개발도 덜되어 도로조차 포장되지 않았던 남가좌동.

그 생소한 동으로  첫 발령을 받았을때....

어느 직원조차도 따뜻한 말 한마디 던져주지 않았는데...

다가와 정답게 애기해 주던 때....

-처음에 오면 누구나 정이 들지 않아요

허나 여기서 근무해보니 그런데로 좋은점도 있어 괜찮은거 같아요.

동장님도 나이가 드신 분이라 그런데로   많은 이해도 해 주시고...

-아니 저 보담 연배도 상당한 연배신거 같은데........

-내가 청계천에서 장사를 하다가 망하고 결국 여기에 늦게 들어왔어요

적어도 사무장 정도는 하고 있어야 하는데 ㅋㅋㅋ......

-여러가지 지도도 해 주시고 동생처럼 대해주세요.

저도 형님처럼 모실께요.

<미리내 분식>집에서 그렇게 첫날 대활한분이 바로 <김 남기>씨..

약간 벗겨진 이마에 살비듬이 좋아보이고 어딘가에 귀족스런 풍모가 풍기던

분였고 약간 등이 굽은듯한 것 조차도 멋있어 보였던 분....

 

첫 인상이 좋아서였을까?

같은 직장에 있을때 늘 점심도 함께 다니곤했었다.

그런때 마다 좋은 정보도 제공해주고 조언도 해주시던 분.

알고 보니 같은 <의성김씨>였고 형님뻘 된 분이어서 더욱 더 가까워졌는지 모른다.

늘 인자하시고, 늘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분.

-난 아들만 있어서 그런지 딸있는 사람이 부럽더라.

-아들은 몇인데요?

-쌍둥이 아들이라 둘이지.

쌍둥이 길러보니 힘들더라고.

모든게 두개를 사야하고 돈이 두배가 들어가니..

-그래도 한꺼번에 다 기르니까 그게 그거죠.

기를땐 힘들지만 기르고 나면 얼마나 든든해요.

똑 같은 아들이 두놈이 버티고 있으니.......

-첨엔 쌍둥이 아버지란 소리가 왜 그렇게 부끄럽던지....

누가 들으면 야만인 처럼 들려서....ㅋㅋㅋ...

-그게 맘되로 되나요?

 

몇년전에,

혜화동의 성균관 대학교 구내 교정에서 마지막 쌍둥이 아들 결혼식이 있었을때..

그때 뵌게 마지막 였나보다.

아무리 바빠도 예전의 애길 하면서 자주 좀 만날걸..

너무 미안하다.

 

정년퇴직후에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아파트 관리인으로 취직해서

잘 다니고 있단 소식을 들었는데....

아침퇴근길에 전철에서 심장마비로 갑자기 영면했단다.'

몸이 약간 비만으로 보였지만 특이한 질환은 없었다고 했는데......

피로가 누적되고 스트레스가 원인인지도 모른다.

아직은 더 사셔야 하고 더 행복했어야 했는데...

갑작스런 부음을 듣고보니 세상이 허망타..

-가고 옴이 어찌 사람의 의지대로 되던가?

물처럼 바람처럼 그렇게 왔다가 그렇게 흘러가고 마는것을.......

그렇게 허무하게 가고 마는것을........

 

-김 남기씨, 하늘에서 편히 쉬세요

이승에서의 모든고뇌와 번민도 다 잊으시고 편히.......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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