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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3 일째

우중의 산행

어젠,

윤 국장님과 함께 빗속을 걸으며 등산했다.

입구에 도착하니 빗줄기가 굵어져 틀렸다 했는데 것도 잠시 그친다

-어쩔지 모르니 일회용 우비를 한개 샀어.

하나씩 사고서 가자구..

-비가 올거 같은데요, 갈까요?

-뭐 이 정도 갔고서 못가면 안되지

-그럼 가요.

 

중간쯤 가니 제법 빗줄기가 굵어진다

우비를 입었지만 그래도 빗물은 스며든다

-어때?

-좋은데요, 날씨가 이러니 사람들도 보이지 않고 해서 좋아요.

-이 정도는 산행하기 좋지 뭐야..

 

안양 유원지 입구에 있는 <고향 보리밥>집

거길 목표로 했다.

분위기 꼭 고향의 정취가 풍겨 가끔 들려 보리밥과 동동주 한잔씩 하는 곳.

 

빗줄기가 세어져 <영불암>에 들렸다.

-잠시 비 좀 피할려고 왔습니다

-그러세요, 여기로 올라오시죠.

-네네 여기도 좋습니다.

주지 스님인가?

스님복은 입었지만 덥수룩한 수염탓에 불량 스님으로 뵌다

이런 모습은 왠지 낯익지 않아서 그런건가...

 

비는 줄기차게 내렸지만 등산하기엔 그런데로 견딜만하다

우리처럼 등산메니아가 있는지 우중에서도 몇몇은 눈에 띤다

우리처럼 방송만 믿고 오후 늦게야 비가 온단 걸 믿은 사람들이지.

요즘 일기예보는 별로 맞지 않은거 같은데 오늘은 정확하다

 

늘 메던 배낭을 메지 않아서 우산도 준비하지 않고 와서 그런지 왠지 허전하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 외려 베낭을 메고 와야 한다니까.

그래야 우산이고 뭐고 넣지

-그러네요.

 

비가 너무 억세게만 오지 않은다면 우산을 들고 산행해도  좋다

춥지도 덥지도 않으니 얼마나 좋은가?

파란 잎사귀를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한 발자욱 한 발자욱 떼면서

걷는 산행.

우중의 산행에도 특유한 재미가 있다.

 

동동주 한 주전자에 파전한개

이런 날에 파전에 동동주 한잔은 죽여주지

달작지근한 동동주가 목구멍을 넘어갈때의 그 맛

텁텁한 막걸리 맛은 또 다른 맛이 있다.

여기서 나오는 동동주는 마셔도 골이 패지 않고 해서 맘 놓고 먹는다

밖은 가는 실비가 내리고 둘이서 동동주 맛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마시는

그 기분은 어떻게 표현할까..

3시간의 산행의 힘든고행도 순간적으로 날아가 버리고 만다

이런 기분에 등산하는거 아닐까..

그리고 보리밥 한그릇 비벼 먹으면 배가 차 오르고 나른한 졸림이 몰려온다

단잠을 잘거 같은데 그럴순 없고...

-우리 술도 한잔했겠다 배고 부르니 다시 등산할까?

왔던길로 해서 넘어가지.

-전 좋아요 헌데 국장님은 힘들텐데............?

 

배가 부르고 술도 한잔 들어가니 배가 출렁거린다

얼굴은 벌겋고 부어오르고 숨은 차도 천천히 올랐다

이건 순전히 술의 힘인거 같다

술을 먹지 않았다면 이렇게 다시 산에 오르지 않을텐데...

햇살만 비치지 않아서 그렇지

보통 날과 같이 힘은 든다

그런데도 오늘은 이렇게 왕복 등산.

그러고 보니 이틀에 할걸 하루에 끝냈다.

총 등산시간은 6시간 30 분

이렇게 오랫동안 등산한것도 아마도 첨인거 같다.

버스에 오르려고 오는데 왠 50대 여인이 다가온다

-아저씨 등산했어요?

저 여기 커피도 맥주도 있는데 한잔하세요.

-전 지금 아무생각도 없어요 술이고 커피고...

-그러지 말고 인간적으로 한잔 사 주세요

여기 맥주도 있는데, 네??

인간적인 의미에서 한잔만 사 주세요

맥주는 다른곳으로 가서 먹을수 있어요

-아줌마 저 그런거 별다른 흥미 없어요

-왜 이러실까?

잘 아실거 같은데.........

참 웃기는 세상이다

아직도 이런 엉터리 여자들이 있으니..

커피 운운하지만 보나 마나 뻔한 속셈

술 취하게 한뒤에 홀랑 벗길려는 그런 류의 여자들

관악산 다람쥐가 이런 여자들 아닌가??

가만히 보니 술 취한듯한 남자를 물색해서 접근한다.

벼라별 방법으로 살아가는 여자들.

요즘도 그렇게 어리숙한 남자들이 간혹있긴 있나보다..

한심한 남자들과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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