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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3 일째

인생-한줌의 재인것을..

서울대 의료원 영안실에 모셔진 작은 외할머니

전혀 늙을거 같아 뵈지 않았던 분이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늙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외 조부의 이복동생의 후처다.

외 작은 조부가 슬하에 소생이 없어 늦게야 얻은 분.

외 조부님은 아들이 없어 할수없이 이복동생의 장자를 양자로 삼아 제삿상을

받고있다

죽은뒤에 그 제사란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건지..

제삿상이라도 받으려고 임야와 논밭을 주고서 양자로 삼았다

그런탓에 해마다<재운아제>가 제사를 모신다.

 

어차피 밤을 새울려고 늦은 4시경에 출발.

먼저도착한 , <진옥>이와 <준자>의 전화.

기다리고 있었다.

삼형제와 두 딸을 둔 탓에 슬하에 손주도 많았다.

허지만........

과연 돌아가실때 까지 행복한 삶을 영위하시가다 가셨는가?

아닌거 같았다.

두째와 세째의 불화.

그래서 작년에 돌아가신 두째 아제의 상가엔 얼굴조차 보이질 않았던 세째

그런걸 아시는 할머니의 맘은 오죽했겠는가..

두째가 가신지 꼭 1 년후에 가셨단다

날짜 조차 같은 날인 3월 16일.

우연의 일치라고만 할수 있을까...

 

아는 얼굴이라곤 준자와 진옥이 뿐..

나중엔 일종이도 와서 어울렸지만...

<영숙>이 애길 했다.

진옥이와 내가 영숙이 사는  나사렛동네를 바래다 주던 시절.

어쩌다가 진옥이가 오지 않았을땐 둘이서 산을 넘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땐 어찌나 가슴이 뛰던지..

그게 첫사랑이였나?

그때 신앙촌을 떠난 뒤엔 한번도 보질 못했던 그녀.

직접으로 내겐 주지 못하고 늘 진옥이 선물을 주던 그녀

그게 나에 대한 호감의 표시엿을까..

절대로 진옥일 줘야할 이유도 없었던 것을 왜 주곤했을까..

-오빠, 영숙이 언니가 이걸 주었어, 이걸 어째?

-네가 왜 그걸 받니?

그걸 돌려줘..

그럴 이유도 없는 것을 왜 내가 그렇게 교통정리를 했는지..

<호감표시>로 밖에 느껴지질 않았었다.

퍽 명랑한 성격이긴 해도 늘 내 앞선 말을 못하던 영숙이..

어쩌다 둘이서 걸음서 대화를 해도 일상적인 대화 뿐..

사랑의 표시는 하질 못했었지.

 

-나 영숙이 살고있는곳을 알아

내가 언제 불러내서 한번 만나요.

-그래?

이거 극적일거 같다

헌데 영숙이가 나오긴 나올까..

-나오겠지.

지도 그 시절의 추억을 잊진 못할거니까..

유난히 눈이 크고 초롱 초롱했던 <강 영숙>

보고 싶다.

누가 뭐래도 첫 사랑의 이성이라고 말을 할수있으니.........

 

자정이 다 되어 < 규화><일종>이와 셋이서 근처 목욕탕으로 갔다.

그 목욕탕은 아마도 <서울 의료원>의 문상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것인듯 보였다.

휴게실에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잠을 자러 왔는지...

편하긴 했지만 옆에서 코를 곤 사람땜에 제대로 깊은 숙면을 취하지 못해

피로했다.

그래도 따스한 물에 목욕을 하고 보니 한결 피로가 풀린건 같긴 한데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것이 뻐적지근...

 

7시 30분경에 병원을 떠나 <벽제 화장장>으로갔다.

10시 예약을 했다지만 너무 빨리 온거 같다.

물론 이미 먼저 온 장의차의 행렬이 줄을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10시에 시작된 화장이 12시가 되어서야 마쳤다.

<주검>을 실은 장의차의 행렬

끝이 보이질 않았다.

마치 관광차 휴게실에 들리는 차 처럼 그렇게 보였지만 모든 사람의 표정은

무거워 보여 이곳이 화장장이란 것을 감지하게 했지.

-야, 태어난 사람도 많지만 죽은 사람도 많구나...

검은 상복의 행렬과 간간히 들리는 유족들의 호곡..

마지막 한줌의 재로 변하는 찰라에 왜 회한의 눈물이 나오지 않을손가.

생전에 다하지 못한 효도.

왜 후회가 없을손가...

 

12시에 작은 상자에 싸인 한줌의 재.

이걸 얻기 위해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렸었다.

그리고 <용미리 납골당>

-15년간 모셔두었다가 그 후에 5년간격으로 또 15년간 모실수 있습니다

안내원의 사무적인 설명후에 우린 칸칸이 만들어진 작은 납골당으로 갔다

이미 그곳엔 먼저 간 분들이 작은 상자속에 갇혀있었다

그 작은 공간에서 얼마나 답답햇을까...

몰론 그 공간을 꽃으로 단장한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그 화려한 꽃으로 단장한 고인의 집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작은 외할머니는 86년간의 힘든 여정에 종지부를 찍고 이 작은 공간으로 영원한

안식을 얻기위해 왔다.

용미리 언덕의 어느 작은 납골당.

 

-인생의 허무와 무상함.

이렇게 결국은 누구나 하나 같이 한줌의 재로 변해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왜 그렇게 아등 바등 살려고 하는건지...?

치열했던 삶 조차도 죽음 앞엔 이렇게 무상함과 허무뿐인것을.......

<인생>이런것이 거창한거 같아도 이렇게 죽음앞엔 허무하고 무상 뿐...

허탈했다.

그 작은 상자안에 재 한줌을 두고 온들 의미가 있는건가...

 

-인생의 모든것은 살아생전에 일이지 죽으면 그건 아무 의미가 없다.

단 하루를 살아도 오늘 하루가 의미있고 보람있는 날을 만들어야 한다.

슬퍼할 짬이 없다

죽음 자체가 바로 슬픔이라...

모든것을 내려놓고  영구차를 타고 오니 왜 모든것들이 그렇게 쓸쓸해 뵈는지..

왜 세상의 모든것들이 그렇게 쓸모없는 것들로 보이는지............

쓸쓸했다.

알수 없는 외로움과 고적함.

작은 외할머니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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