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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년말에 아들과 손주를 졸지에 잃어버린 사촌형님.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데 어떻게 잊어지겠는가?
어제,
분당에 사시는 정금누나의 전화.
-낼이 오빠 생신인데 그냥 전화하지 말고 갔다오는게 어때?
-그럴까요, 그럼 어디서 만나요?
-서울역 시계탑 앞.
-아니, 지금도 시계탑이 있어요?
-그럼 있지,11시에 만나지..
분당에서 오시는 누나는 서울에서 반평생을 보냈지만 지리에 어둡다.
꼭 서울역만을 고집한다
당신이 거기까지 오는건 알지만 지하철은 이용을 하질 않는단다
헷갈려서 그런다나..
얼마나 편리한 교통수단인데...
<서울역 시계탑>
시골에 사는사람들이 상경해서 만나는 장소.
거기가 늘 만남의 장소가 되어버렸던 서울역 시계탑.
여전히 그 둥근 시계는 내일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무심하게......
몇 십년째 그 자리에 걸려있는 그 시계.
서울에 살면서도 서대문에 살땐 늘 그 곳이 만남의 장소였지.
-지금도 그 시절의 그 시계일까?
총신대앞서 내려 구 89번종점방향으로 가자고 했다.
-구 89 번 종점이 어딘지 잘 모르는데요?
-아니 택시운전수가 그걸 모르면 어떻게 운전해요?
-제가 운전한지 얼마 되질 않았거든요.
-그럼 남성역을 알아요?
-네네..
사당동 은행골.
여전히 그 오래된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듯
그대로 서 있다
얼마나 많은 세월속에서 사람들의 발자취를 지켜보았을까?
그 동안의 세월속에서 전쟁의 참화속에서도 그대로 생명을 유지
할수 있었을까...
<연립 지하 방>
24 평형이라고 하는데 그 보다 좁아 보였다.
-아니, 여긴 재 건축하질 않나요?
-어려운 사람들이라 누가 선뜻 나서질 못하고있어.
재건축하려면 자기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어려운 사람들이 부담할
능력이 있어야지...
동자동 판자집에 살다가 성남쪽으로 쫒겨난 철거이주민들
개발 바람타고 땅값이 오른탓에 그걸 팔아 이 반지하 연립을 산것.
평생을 그럴듯한 집 한칸 구하지 못하고 이런 허름한 반 지하에서
살고 있는 형님.
그래도 세든집이 아니라 맘은 편하단다.
-우리 선물을 사갖고 갈게 아니라 봉투하나씩 준비하고 가세.
그게 되려 더 나을 거야.
-낼이 생일인데 그래도 좀 그렇네요?
빈손으로 간다는게......
-아냐, 작은 성의지만 현금으로 주는게 젤로 좋아.
용돈으로 쓰라고 하는게 좋지 뭐..
그렇게 셋이서 합의하여 봉투하나씩 준비하고 갔었다.
의외로 형님은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가슴속의 깊은 슬픔은 우리가 어떻게 이해할건가.
-나, 집에 안있어.
집에 있어봐야 엉뚱한 생각나고 특히 밤에 잘땐 그 놈생각때문에 괴롭네.
-다 잊어 버려요
그게 다 자식과의 인연이 다 되어 그런거니까.
그런 사고가 어디 운명이 아니면 이뤄지겠어요?
운명이예요 운명..
40대 중반의 생떼같은 자식을 졸지에 잃어버리고 한줌의 재가 되어
낯선 산사에 있다니 그 기막힘을 어떻게 쉽게 잊어버리겠는가..
그리고 11 살먹은 피지도 못한 손주조차도...
<망각>하기 위해서 직장을 나가고 쉬는 날은 누구와도 어울림서 사는 형님.
그런 삶이 현명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잊어버려야 할 악몽같은 기억들.
부자간의 인연조차도 한때의 꿈으로 돌려야 하는 현실.
잠시 스쳐지나간 인연이 아니던가.
하긴,
인생의 삶의 모든것이 그러려니....
분당에 사시는 누나와,
삼선동에 사시는 누나.
두 분을 택시에 태워 보내드리고 돌아왔다.
그렇게 하질 않으면 어떻게 귀가하겠는가?
서울에 살고 있음서도 시골노인과 다름없는 두 분의 누님.
그렇기 때문에 나와 동행하려는 것이었을텐데...
-오늘 자네 때문에 편히 갔다왔네.
괜히 페만 끼친거 같아 미안하고..
-어디 남인가요?
그렇게 말씀하심 제가외려 편치 않아요.
위문차 찾아간 형님댁.
그래도 뵙고 보니 맘은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