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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4 일째

아내의 생일

-아빠, 오늘이 엄마 생일인데,

알고 있었어?

-그래?

-아빠가 챙겨주고 맛있는 음식도 사먹고 그래.

지금 엄마있어?

-아냐, 나갔어.

엄마 생일이라고 영란이가 알려준다.

 

-아빠,

오늘 엄마 생일인데 함께 갈래요?

-어디로?

-내가 잘 아는 삼겹살 집이야

글고 가게요.

-그러지 말고 엄마에게 전화해봐

여기 아빠가 잘 아는 오리고기 집이

있는데 이리도 올거냐고..

-네..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녀석.

자기 의도대로 되질 않아 그런가 보다.

나만 몰랐지

아들 딸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하긴,

자식이 챙겨주지 않음 누가 챙겨줄까..

부모의 생일을........

 

사실이지,

여태껏 아내 생일을 기억하고 챙겨준건

언제적인지 모르겠다

바쁘게 살아와서 일까

아님 무관심였나...

너무 까마득하다.

-아빠, 이젠 시험도 끝났으니

엄마랑 함께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와...

-글쎄다.

난 좋은데....??

엄마가 들어줘야 말이지..

-아빠가 애기해봐.

억지로 라도....

너무 돈만 밝혀 건강을 잃은 엄마가

보기에도 너무 딱한 모양

건강을 잃고 돈을 얻은들 무슨 소용인가.

나 없는 세상이 무슨 의미로 다가오는가?

 

이윽고 나타난 아내.

-저 오리탕 어때?

가서 먹어보면 전혀 오리냄새가 나지

않아 참 좋더라구..

맛도 담백하고....

어제 ㅂ 와 갔던 그 백구사 오리집.

밤에도 여전히 손님들로 바글댄다.

1마리를 셋이서 먹었지만 결국은

남아서 그걸 싸달래서 갔고왔다.

그걸 그냥 두고올 아내가 아니지.

담백한 맛에 여러가지 한양재를 넣어

달인 오리 탕.

-어때?

이렇게 와서 먹으니 맛이 좋지.

전혀 냄새도 나지 않고 고기가 너무 연하잖아?

-네...

아마도 세현이 놈을 끌고 이런델 온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뭐가 그리도 바빠서 밖으로만 쏴 다니니

이런 기회를 만들수 있어야지...

 

부부간에 나이가 들어감서 서로가 외로움을

느끼고 부부의 정이 세삼 그리운 것인지

모른다

젊은시절엔,

그런 작은 배려를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요즘은 작은 정성이 고마운거다.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은 이런곳에 와서

외식도 하고픈데 맨날 그 놈의 돈돈하는

와이프 때문에 김이 새기도 하지만

어쩔건가?

숙명처럼 맺어진 인연을..

아니 그 숙명의 끈을 스스로 쥐고 선택한

것을 어떻게 대동댕이칠수 있는가?

모든걸 내가 결정하고 도박을 한건데...

결혼하자고 한건 난데.....

 

 

모처럼 오늘 가족 외식

녀석도 기분이 좋은가 보다.

-어땠냐?

-맛있었어요.

한데  아빠 오늘 저녁은 내가 쏠려고 했는데

대신 아빠가 샀으니 이거 받으세요

만원짜리 한장 내민다.

-임마 줄려면 다 줘야지

겨우 만원이야?

4 만원 들었는데....

-내가 거기 가서 먹으면 만원이면 되거든요

-누가 생일날 삼겹살 먹니?

 

속이 텅 빈줄알았더니 그래도 엄마 생일을

기억하고 함께 저녁식사를 하려는 생각

그 생각만으로도 고마웠다.

너무도 당연한 생각이긴 하지만...

 

영란이의 전화 아니었음 그냥 망각속으로 묻어버릴

아내의 생일.

그랬으면 얼마나 섭섭했을까?

영란이 덕분에 오랫만에 좋은 분위기에서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

가족이라야 겨우 3 명이지만.....

그리고 좀 더 아내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단 것도

느꼈다

내 작은 성의에 이렇게 좋아하는데...........

조금의 관심.

작은 배려.

그게 부부가 간직해야 하는 아음갖임인지도

모른다.

조금더 조금더 더 가까이 다가서자.

그런것들이 나이들어감서 부부간에

따스한 정을 느끼게 하는것일거야.

오늘저녁 이 선호와 약속하지 않은게 결국은

더 잘된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되었고

아내생일을 챙겨줄수 있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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