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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오래된 것들의 기억(3.30)

봄 바람이 차다.

아직도 꽃샘추위가 서성거리고 있는건가...

봄을 시샘하는 추위.

 

부모님 산소에 갔다.

생전처럼 그렇게 다정히 가끼이 눠 있는 두분.

좋은 정담을 나누시나 보다.

단 한번도 당신들의 다툼을 보지 못했었지.

아니,

싸울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화가 나시면 슬그머니 충돌을 피하시던

어머니.

그러니 싸움을 할수가 없었지.

2001 년도 5 월에 세운 두분의 비문.

어렵게 사시던 시절을 떠올려 간결하게 적은 비문.

순수하게 한글로 적은 비문이라 애들도 좋아했었다.

어려운 한문으로 세긴들 그걸 해독할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한 비문은 비문의 구실을 못한거나

진배없지.

당신의 삶을(대 부분이 아버지의 생에 촛점을 맞춘거지만....)

鶴으로 비유했던 아버지의 삶.

그 처럼 고고했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은 곧은 성품으로 당신은 늘 외로웠고

힘든 삶이었다.

 

세운 비석을 보시곤 너무도 좋아하시던 당신도 겨우 2 년을 더 사셨을 뿐.

어머닌 이젠 오시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셨고 당신이 그리도 발이 닳도록

다녔던 그곳에 계신다.

그리고 그 아랫쪽에 누어있는 동생묘.

무정한 자식들은 와 보지도 않은가 보다.

가면 끝인가?

 

어렷을적에,

늘 달려갔던 큰 벌갓(묘지가 있던 어느 문중의 묘지 공터)엘 갔다.

마땅한 너른 공터가 없는 시골애들이 모이기 좋은 공간이다.

잔디가 깔린 양지바른 곳이어서 늘 시끌법적하게 애들이 노는곳

그 곁에 큰 소나무는 수명이 다되어 베어버린건가 보다.

올려다 보던 큼직한 소나무였는데......

앞으로 시선을 돌리면 저수지 푸른물이 넘실거리고 맞은편

금곡에서 모락 모락 나는 저녁연기는 한폭의 수채화였는데

이젠 그런 연기나는 모습은 사라졌다.

고요를 가르고 수면위를 미끄러지듯 흐르던 고기잡이배.

고기를 모느라 둥둥거리던 북 소리가 메아리 되어 들렸던 소리.

그런 모습은 찾을수 조차 없다.

저수지 주변에 낙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만 몇명 보일 뿐

고요함은 여전하다.

 

큰 볼갓을 내려오면 <정오>의 무덤이 있다.

나 보담도 한살어린 정오.

초등학교 동창이기전에 친구였던 정오.

정오는, 나와 친한 편은 아니었다.

그는, 초등학교만 나오고 나선 일군으로

농삿일만 한 탓에 중학교 다니던 날 보면 좀은 챙피

했던지 의식적으로 피하곤했지.

어찌 그 마음을 모를건가?

가까히 할수 없는 친구란 것을..........

고향에서만 살았던 정오와 도시로 진출한 나완 가깝게

지낼수있는 기회가 없었다.

힘든 농삿일엔 술은 필수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허나,

그는 지나친 음주로 간이 손상되고 했지만 치료는

커녕 늘어난 음주로 결국은 세상을 떠나야 했다.

간경화로 인한 사망.

바보 같이 살다가 갔다.

그 정오무덤에서 한참을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니까...

늘 푸른 저수지를 굽이보고 있으니까 외롭진 않을거 같다.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둘 사라진 동네 풍경.

기구한 운명으로 어렵게 살다간 돌아가신 성남이 어머니

그 집은 이미 페허로 변해 붕괴되기 일보전.

늘 사람들의 음성으로 떠들석하던 주막이던 춘식이 집

문을 굳게 잠그고 고요하기 그지없다.

이런 모습을 보노라면 왠지 슬프다.

볼수 없는것이 그렇고 사라짐이 그렇다.

-왜 모습은 옛 모습인데 모든것이 외롭게 보일까?

-그리운 얼굴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저수지 둑위에 앉아 본다.

베지 않은 잡초가 키를 넘겨 더욱 을씨던 스럽다.

 

이 저수지가 없을땐,

이 동네는 교통의 요람지 였다.

양천리, 평산,야산, 이룡, 석정, 덕림, 계동 등등..

통과해야 했던 곳

헌데 저수지가 들어선 이후론 그 길이 막혀버렸다.

길을 걷다가 끝 자락이 저수지.

발전할수 있는 요인이 사라진것.

-빈집이 늘고...

-인구수가 줄고...

-웃음이 사라진 동네.

그런 동네서 난 어렷을때의 추억에 젖어 여러곳을 답사했다.

마음은 10살의 동심으로....

헌데 왜 이리도 쓸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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