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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3 일째

바쁜 하루

-아빠 오늘 산에갈까?

-왠일이야, 오늘 추울거 같은데...

-뭐 춥겠어?

-나야 괜찮은데 네가 추울거 같은데...

-괜찮아..

게으름을 떨쳐 버리려고 그런지 요즘 새벽예배에 충실히 나가고 있는

영란이.

새벽예배 갖다오다가 그런다.

 

오랜만에 함께 동행했다.

베낭엔 어제 산 오이와 귤, 그리고 빵 2 개 음료수 등등.

간단히 준비했다.

점심은 하산하여 먹기로 했으니 준비할 필요는 없다.

늘 관악산에 가면 그녀가 준비했으니까 내가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지만 오늘은 다르다.

습관되어 그랬는지 몰라도 맨 몸으로 가곤했다.

그건 습관같은건가 보다.

 

산은 엊그제 내린 눈으로 상당히 쌓여있었다.

평지보담 산에 눈이 더 내린 탓으로 상당히 쌓여있다.

아이젠 없인 좀 불안했지만 문제는 영란이다.

등산화는 고사하고 운동화를 신고 왔으니.......

 

가뭄에 콩 나듯이 산에 가니 언제 등산화를 살 기회가 있어야지.

그래서 가볍게 생각하고 신고온 운동화.

그래도 오를때는 괜찮았는데 하산시는 발발 떤다.

-넌, 뭐가 무서워 그렇게 벌벌떠냐?

-그럼 안 무서워..

얼마나 미끄러운데....

 

위에서 손을 잡아주곤했지만 몇번인가를 엉덩방아를 찧는다.

-너 당장 등산화 한켤레 사야 할거 같다.

산에 옴서 운동화를 신고 오다니...

-그래야 겠어.

 

평일이고 눈이 내린 탓에 별로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

응달은 빙판이라 주의하지 않으면 미끄러지곤 한다.

미끄러지면 가벼운 상처가 아니라 크게 다칠거 같다.

산길이란게 평평한 길이 아닌 돌들이 깔려진 울퉁 불퉁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온 산이 하얗게 물든 설경속을 거닌단 것이 여간 즐거운게 아니다.

등산은 봄 가을이 좋지만 겨울 산도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다.

 

점심은 2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하여 우리가 늘 가던 < 정읍보리밥 >집.

요즘 나온 신선한 봄 나물에 보리밥을 비벼 먹는맛도 별미다.

먹고나면 구수한 누룽지를 불려 주는 것도 별미.

고기 보담 이게 더 낫단 영란이.

살찐다고 고기를 너무 멀리한거 같은 영란.

 

-난 상체 보담 하체가 비 이상적으로 비만해서 탈이야..

-여자든 남자든 상체 보담 하체가 튼튼해야 건강한거야

그건 나이가 들어가면 더욱 그래

모든 스테미너가 하체에서 나오거든..

-그래도 일단은 보기 싫잖아, 뚱뚱해 보이고...

-건강한게 더 중요하지 보기가 좋으면 뭐해...

목욕탕에 가면 우리또래의 사람들.

상체는 건장한데 하체는 너무도 빈약해서 보기에 안되어 보인다

그런 사람이 절대로 건강한게 아니다.

하체가 튼튼해야만 안정감있어 보이고 건강해 뵌다.

그걸 모르고 날씬한것만 좋아 보인다는 영란이다.

 

산에 갔다오자 마자 또 6시엔 < 지천명 >모임에 갔다.

지난번에 새로 선임한 총무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려고 했는데

오지 않아서 6 월에 또 한번 나가야 할거 같다.

아무래도 공부하면 소홀할까봐 서둘러 소집했는데..........

 

단 몇시간이지만 소주잔을 앞에 놓고 밀린 대화나누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그게 좋은 사람들 모임이다.

-현직시절엔 잘 나가던 두 사람,

화곡역 근처에 웅장한 부페를 운영함서 돈을 쓴다던 ㅅ 씨.

그도 빈 털털이가 되어 중국으로 떠났다.

또 한 사람.

땅 부자란 소문을 냈던 ㅇ 씨.

그런 소문은 다 어디로 갔는가...

100여만원 수입을 위해 운수회사에 출근하는 그.

이번에도 불참.

 

벌기보담 지키기가 얼마나 어렵단 것을 우린 봤다.

떵떵 거릴필요도 없고 으시댈 필요도 없다.

우린 그 사람들의 현 주소를 보고 있으니까...

모험을 하다간 그런 낭패를 본다고 조금의 모험조차

거부하고 살고 있는 우리 소시민들..

그게 외려 맘은 편한지 모르겠다

비록 비전은 없는지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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