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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3 일째

나주 배


  
시골 우리집은 그 흔한 배나무 한그루 없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든 심어도 잘 자라 배가 주렁 주렁 열려 터밭 여기 저기
한 두 그루 심는건 다 반사인데 흥미조차 없었나보다.

<나주 배>
오랜명성을 지금껏 유지해온 건 아마도 어디서도 따를수 없는
당분이 풍부한 과육에 있지 않을까?
시중엔,
왠 <나주 배>가 그리도 많은지...?
가짜가 많단 것은 그 만큼 명성이 있단 증거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속고 산 사람이 많다.
가짜 나주 배..
난,
칼로 깎아만 봐도 금방 안다
시장에서 나주 배란 것을 산적도 있다
그건 봐선 모른다
깎아서 먹어봐야 알수 있을 뿐..
껍질이 얇고, 깎는도중에 과육의 물이 튄다
그 만큼 과육에 물이 많고 달고 부드럽다.

토질도 전염되는 건가?
내가 어렸을땐......
일부 특정지역서만 배가 생산되었다
극히 일부 지역에만 생산 되던게 지금은 나주의 어느 지역을 가도 배 나무 단지를 흔하게 목격하게 된다.

집에선 배를 심지 않아도 사촌 형님이 과수원을 경작하고
있어 늘 수확기엔 한두 상자를 택배로 받곤 한다.
그리 넓지 않은 토지지만 형님의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짭짧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 사람 만날려거든 밭이나 논으로 가게.
언제 그 사람 집에 붙어 있당가??
나도 언제 얼굴본지 기억에 없네.
자고 나면 밭이나 논에서 일을 하고 계신다
천직으로 생각하고 물려준 논밭을 가꿈서 한평생을 보내고
계신다.
그 부지런함으로 지금껏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지 모른다.

어제도 < 나주 배 >가 두 박스 와있었다.
형님의 배려다.
몇번인가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질 않는다
그 흔한 핸폰하나 없이 살아도 당신은 참 행복하게 사신다
일하다 힘들면 주막에 나가 한 사발 들이키고..
어떤땐 농기구를 일터에 팽개쳐 두고 외출도 하신다
일하는 것과 노는 것을 구분하지 않으신거 같다.

모든 친척이 한 동네 살았지만.....
이 형님만 타 동네(타 동네라고 해야 이웃동네지만...)
살고 있어 가끔 가면 반갑게 맞이해주곤 했었다.
<남산 큰 아버지 댁>으로 불렀다.
-야, 우리새끼 왔능가?
함서 엉덩이를 툭툭 치시던 큰 어머니..
아버지가 막내인 탓으로 친척들중에 어린 조카들이 우리집만
있어 그렇게 귀염 받았던게 아니었을까?
모두 고인이 되어 버린 분들.
애석타..

세월이 흐르면 정다운 이름들도 기억에서 묻혀버린단
것은 서글픈 일이다.
지금도 남산 큰 댁에 가면 그때의 모습으로 반갑게 맞이해줄
것만 같은 큰 어머니의 모습.
하얀 한복에 흰 머리수건 ,
흙 묻은 손을 털고 나오실것만 같은 착각.
영영 오실수 없는 곳으로 가셨는데......
그때가 아니란 것이 때론 슬퍼질때가 있다.
너무 감상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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