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1 일째

회상조차 눈물겹다.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던 난,
한번도 집을 벗어나 하숙같은걸 해 보지 못했다.

그게 왜 부러웠을까?

좀 여유가 있고 친척이 도시에 있는 애들은,
가까운 광주나, 송정리로 나가 하숙이건
친척집에서 학교를 다녔었다.
그것도 유학이겠지...

그들이 부러웠다.
그 날이 그 날이고....
매일 매일의 생활이란것이 자유가 없고,
학교와 집을 개미 쳇 바퀴 돌듯...
그런 생활에서 어떤 변화나 어떤 재미, 기대
조차 할수 없었다.

가사를 도와야 하고....
힘든 육체노동을 하시는 부모님을 목도하면서
공부랍시고 책을 펼쳐야 머리에 입력이 되질 않았지.
-환경의 중요성.
그때 이미 알았던거 같다.
그건 지금도 뭣 보다 중요하단 생각
여전하다.
환경 보담은 정신력이 더 중요하다고 우기는 와이프..
간혹...
이견을 보이곤 한다.
-옛날엔 더 어려운 환경서도 공부 잘한 애들이
수두룩했었어.
문제는 정신력이야..
이런 고리 타분한 사고의 소유자..
일리는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데....

방학때면 외지로 나간 애들이 고향으로 속속들어 오곤했다.
-어딘지 세련되어 보이고..
-어딘가 더 멋져 보이고....
-햇볕에 그슬린 나의 피부와 비교해서 뽀얀 그들의 피부
일을 하지 않은 모습이 역력했다.
왠지 서먹 서먹해지곤 했지.
기를 죽게 하기에 충분했으니까...
왜 그렇게 보였을까?

그런 부러운 시선을 알기라도 하듯..
섭은,
가끔 광주의 애기로 날 들뜨게 했다.
부모의 감시를 벗어나 자유로운 연애(연애인지
짝 사랑인지 몰라도....)을 신나게 애길 하곤했다.
-전여고 애들은 눈이 높아서 꼬시기 힘들고..
광여고 애들과 자주 어울린단것...
하긴 일고 출신도 아닌 그가 레벨 높은(?)축의 전 여고
애들과 사귄단 것은 힘든거지..
그 당시엔,
학교의 지명도...
대단했으니까...

겨우 만난단 것이 둘이서가 아니라 몇몇이 어울리고
간단곳도 광주공원 아니면 영화 구경,빵집이 전부라는데....
하긴,
난 그런 정도의 것도 누릴수 없었으니 부러울수 밖에...
< 전여고 > 니< 광여고 >의 애들도 이미 나의 눈에는 한창
먼 곳에 있는 차원 다른 세계의 학생들..
그들은 선녀였다.
범접할수 없는...

가까운 친척이 그런 도시에 있음 얼마나 좋을가?
-왜 나는 이모든 고모든 모두가 궁벽한 시골에만
있어 그런 행운(?)조차 없는가?
방학이면 광주니 전주니 함서 방학 내내 놀다 오는 애들.
그들이 그렇게 부럽게 보였었다.
그 시절, 그 당시의 심정.
충분히 그럴수 있을것 같다.
그때의 도시는 바로 동경의 대상였고..
유일한 비상구정도로 보였을 정도였으니.....

제법 공부를 하여 광주까지 유학(?)을 갔던 섭이.
허지만,
그게 외려 그의 인생을 더 나쁘게 만든건 아닌지...
대학을 가지도 못하고 엉뚱한 일을 한단 소문을
들었을 뿐...
철저하게 고향에 발길을 끊고 사는 그..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가 그런 환경에 적응 못해 그런 걸까?

섭을 본건,
한참 지난뒤에....
그가 c/t로 날 찾아왔다.
이미 섭은 가까운 친구도 순수한 모습도 아니었다
이미 삶에 찌든듯한 모습과 권태로운 모습을
느낄수  있었다.
그가 찾아온건,
나를 보고 싶단 핑게였지만....
결국은 한 여성였다.
그녀도 c/t에 살고 있었다.
섭이 누나라고 불렀지만....
누나 아닌 나이가 더 많은 사귄 여성였다.
-다시 찾지 말라..
냉정하고 차디찬 응답의 그녀.
들었던거 같다.

대학을 갔어야 했고....
한참 공부에 정진했어야 할 때의 섭.
그는 학생도 아니었고, 어떤 살려는 열정 같은것도
느낄수 없어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누가 호감을 갖겠는가?
-뭣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도대체 광주에서의 몇년의 세월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보리피리 꺾어 불면서 둘이서 큭큭대던 그런 모습의 섭.

순수하기만 했던 그...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한결같은 모습으로 늘 내 곁에 있어 줄
것만 같았던 섭이...
이미 그런 시절의 섭인 아닌거 같았다.

진정한 친구로 느꼈다면 그가 설명을 해 줬어야 했다.

그녀에 대한 것과 그의 주변의 상황들..

냉정한 그녀의 응대에 풀죽은 모습으로....
어깨가 쳐져 힘 없이 사라지던 그..

그 뒤로 군대제대후에 한번 만났던가?
가물 가물하다.
그 뒤론 모른다.
-왜 사람은, 세월앞에 달라질수 있는지..??
-사람의 모습은 달라져도 마음은 달라질수 없는데..
그건 자연스러운건가, 일부러 변신하고 마는가?
주어진 환경에 따라 그렇게 밖에 될수 없는가?
섭이 생존해 있다면......
도저히 우리의 추억을 잊지 못할텐데...
세월이 흐를수록 비관적으로 굳어진다.
모두들 모른단다.
만나면 껴안고 앙천대소하고 싶은데...
간절히....

댓글 작성

일기장 리스트

12 1991 사랑과 고독, 그리고... 6983 독백 98

히스토리

키쉬닷컴 일기장
일기장 메인 커뮤니티 메인 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