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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4 일째

시골집



  
시골에 가면 빈집이 많이 보인다.
나이든 사람들이 지키고 있다가 돌아가시면
자식들이 그걸 처분 못하고 그 대로 빈채로
남겨두고 있어 을씨년 스럽게 보이곤 했다.
-왜 저렇게 빈 채로 놔두나?
-팔려고 해서 그런가 본데 누가 사야 말이지..
요즘 누가 시골와서 살아?
-하긴....

어머니 가신뒤에 빈집을 순이가 지키고 있다.
원래의 위치로 되돌아 갈줄 알았는데......
살고 싶단다.

얼마나 나갈진 몰라도 그 집은 원래가 내 몫이다.
그건,
아버지 별세한뒤에 형님과 동생들이 모여 결정한
사항이지..
형님은 논을 가졌지만....

순이가 그 집을 지키고 살고 싶다면 주고 싶다.
아니,
여력만 된다면 멋지게 지어 주고 싶다.
산단것 만으로도 고마울 뿐이니까...
그릴수 있는 마음이 고향이 있고 가면 실체가 낯설지 않게
반겨줄거니까.....

나이가 들수록 고향은 더욱 깊은 애수처럼 가슴을 후빈다.
하긴 여우도 죽을땐 태어난 쪽으로 고갤 내민다지 않던가..

이직이 끝나면 맨 처음 고향을 찾을거란 다짐도 유보
하고 있다.
명분도 없는 짓으로....
혼자 외로히 계신 어머님,
얼마나 서운할가.....

어머님 제사때 봤던 생전의 모습이 아롱거린다.
가면 그 모습 그 대로 거기 계실거 같은 생각이다.
왜 우린 이렇게 허무한 삶을 발버둥 치면서 사는 걸까?
마치 영원한 삶을 살거 처럼.....

-요즘 시골에선 관광가지 않니?
-얼마전에 갔다왔어요.
-어딜?
-남해로 해서 거제도까지 해서 왔어요.
-애기 하지 그랬어?
용돈이라도 보내 줄건데...
-나도 그 정도의 용돈은 있으니 걱정말아요
너무 착한 순이..
그 이름에 걸맞은 착한 동생이다.
어머님 병환시에 단 하루도 곁을 떠나지 않았던 성의.
아니 있었구나
나와 형님이 가서 며칠 있을때....
그랬음에도 올케들에게 서운하단 애길 하지 않은 착한 심성
너무 고맙다.
아니 그런 성의를 잊지 못할거다.
-가 봐야 하는데 미안하구나.
이해해 주렴..

와이프가 잊고 있는 내 생일을 먼저 챙겨주고 선물 보내고
전화해주는 동생.
나 보담 더 깊은 마음을 갖고 있다.
그건 어머님으로 부터 몰려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어머님이 그랬으니까..

이런 화창한 봄날,
고속철 타고 휘~익하고 달려갔음 좋겠다.
이미 울타리가의 개나리도 졌겠지...
이건 사는게 아닌데 정말......
내가 뭐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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