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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3 일째

현재가 말해준다


  
1982 년도 10 월.
의외의 곳으로 떠 밀려 오듯...
와야 했다.
종이 한장으로 서울의 어느 곳으로도 가야하는
숙명.

-왜 그렇게도 서운했을까?

서울에 살고 싶은데 여건이 여의치 않아
하향을 해야했던 지난 날의 심정처럼....
귀성열차에 몸을 싣고 있을 즈음
<서울이여 안녕>
이미자의 애조띤 청승이 가슴을 아리게 했었지.
그때의 쓸쓸함 만치나 같은 심정였다.
도심에서 변두리 중의 변두리 k 구로 와야 했으니..

넥타이 맨을 상대하다가 갑자기 촌티가 폴폴하는
ㄷ 동의 사람들.
어찌 그리도 촌사람들 처럼 보이던지...
거기도 서울인데....
하긴 전통적인 도시인 서대문과 신흥 개발지간의
그 차이를 인정했어야 했는데.....
지역이건 사람이건...

ㄷ 동에와서 처음 동장에게 인사했을때....
동장실에 떡 버티어 앉아 파이프 담배연기를
길게 내 뿜던 뚱뚱한 사나이..
동네 영향력있는 유지인줄 알았었지.
비 정규직원 y였다.
-왜 저자가 동장실에서 있지요?
-저 사람,
직급은 그래도 이 지역에선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대단한 사람이랍니다.
이 근방에 그 y 의 부동산이 셀수도 없이 많아요.
-그럼 뭐하러 공직에 머물고 있어?
차라리 사장이나 하고 놀지..
-재산 지키려고 하는거겠져 뭐....
-가끔 직원들 점심이나 사나요?
-동장에겐 사겠죠,우린 상대도 하지 않아요.
-개판이군..
비 정규직인 주제에...
-동장이 감싸고 도는데 뭐......
-그게 말이 되요?

40 대 초반였을정도의 기름끼가 잘잘 흐르던 사나이 y..
어찌나 거들먹거리던지.....
그는 늘 동장실에서 있었다
엄연히 자신의 자리가 있음에도...
결국 그자땜에 사무장과 동장이 쌈을 해서 갈라섰지만..
암적인 존재같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저 부동장 계세요?
-사무장님 말씀인가요?
-아니, 부 동장..
-그런 직함은 없는데요?
-동장과 함께 늘 순찰도는 번쩍이는 차 타고 다닌
사람이 부 동장아니요?
-아~~!!
그 분은 직원입니다.
- 부동장인줄 알았는데.....??

직원 30 여명을 통털어 차 가진 사람이 그 y..
하릴없는 동장은 늘 그 차를 이용했다
순찰이든 어딜 가든...
그는 운전수 였고...
아니,
어쩜 동장이 그 자를 싸 앉고 돌자 콧대가 높아져서
어찌나 보기가 힘들던지...
누이 좋고 매부 좋은건가 그게..
참 기막힌 시절이지.
그 자의 업무는 있으나 마나한 자리였다.
일부러 동장의 배려란걸 모른 사람이 없었으니
이의를 달지도 못하고 끙끙대기만 했지.

여기 저기 다님서 민원을 야기하고 용돈이나 뜯어내고
그런 행위가 입 소문으로 구청에까지 전파되어 그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그만 둬야 했다.
-뭐 그만 두람 그만두는거지 뭐..
이짓 않하면 할게 없나??

얼마전에 어느 식당에서 만났었다.
아니,
만난게 아니라 나만 봤었지,
등을 돌리고 있었으니 그는 나를 몰랐지만 난 알았었다.
아는체 하기가 더 어려웠다
그의 자존심을 훼손할까봐..

-초라한 행색과 늙은 몰골.
-허름한 옷 차림.

-그 많은 부동산은 어떻게 했지?
나중에 들은 소문에 의하면 여기 저기 투자해서 막대한
손해를 봤단 애기였다.
부자는 망해도 3 년은 버틴다던데....
거들먹 거림서 번쩍이는 차를 몰고 거만하게 파이프 담배
물고 다니던 그런 당찬 모습은 어디로 간걸까?

그 사람의 진정한 행복한 사람인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노후에 진정으로 멋있게 사는 사람이란 생각을 했었다.
자신의 낼의 운명을 어떻게 안단 것인가?
불현듯 y 의 초라한 행색이 생각된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은 현재가 말해준다.
과거도 중요치 않고 미래는 알수 없는 거고...
현재가 가장 중요한 것이란 생각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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