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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4 일째

봄의 설경


  
늘상 오후 5시면 집을 나선다.
그 시간여야 남부터미널에서 교육원까지 운행하는 차를
탈수 있기 때문.

-아빠,
밖에 눈이 장난이 아냐.
진눈깨비에 엄청 내리는데, 갈거야?
-가야지.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끝나고 눈길에 오도가도 못할가봐 그게 문제.
<그냥 오늘만 딱 3 시간 손해보고 말까??>
따스한 아랫목을 포기하고 나선단 것이 어렵다.

눈을 질끈감고 나섰다.
영란이 앞에 나약한 아빠의 모습을 보이긴 싫다.

6 시 10분경,
남부터미널 그 자리에....
버스를 기다리는 교육생들.
<내가 정말 이런 정열이 언제부터 있었나?>

버스 타고 교육원 가는 길.
우면산 기슭의 설경.
바라봄도 환상였다.
-야, 저 산의 눈꽃 경치 죽이는 구먼....
누군가 소리친다.
어둑어둑한 시간였지만, 눈으로 덮힌 우면산은
눈꽃으로 황홀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온통 하얗게 물든 설경.
나무마다 하얀 눈꽃, 온 산에 온통눈으로 덮혀있어
맨발로 올라도 발이 시럽지 않을거 같이 포근해
보였다.
공부고 뭐고, 다 집어 치우고 좋아하는 사람과 산을
오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갑자기 내린 폭설로...

강의실엔,
어제 보담 사람이 줄었다.
눈 탓이겠지.
또 여기에 목맨것도 아니고.....

-원칙으론, 차의 진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허나, 모른척 하고 있어요.
그래도 너도 나도 차가 증가한다면 금지하겠죠.
교육원측의 자가용 운행에 대한 입장.
눈치껏 타고 다니란 애긴데.....
4 개월 동안인데 이런식으로 전철로 다닌단 것도 그렇고...
생각을 해 봐야 겠다.
어떤게 효율적인지...

강사들은, 대체적으로 열정적이다.
10시정각까지 열변을 토한다.

-최신 수험정보를 얻을수 있고..
시험에 잘 나오는 문제를 집어주고..
-책에서 얻지 못하는 명쾌한 설명이 의문을 확 풀어주고..
-공부를 해야 한단 당위를 보여주고...
-성공과 실패의 경험담.
다 이런 걸 얻기 위함이다.

-어때 잘 되고 있어요?
눈이 너무 많이 내리고, 걱정되어 전화했어요.
-그럼 환상이죠.
어디죠?
-일산이죠, 어디야..
-난, 또 차 갖고 나온줄 알고....
-꿈 깨세요.
여기가 어딘데 차를 갖고가..
2 년전에 공인중계사 시험에 합격해 놓은 승옥씨.
요즘 자주 통화하고 있다.
내가 정보를 얻기 위함이지.

눈이 너무 내려,
버스조차 운행을 못한단다.
모두 걸어서 남부터미널까지 와야 했다.
눈이 너무내려 발이 푹푹 빠진다.
허지만, 너무도 포근해 철없은 연인들을 길에서 눈싸움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있다.
시간조차 정지하고 있나 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음 시간이 뭐람...

2 호선 순환선은 늘 그렇지만...
오늘은 발 디딜틈 조차 없다.
바로 몸과 몸을 비비고 숨소리 조차 귀에 들린다.
후덥지근한 전철안.
술 취한 사람곁엔 달짝지근한 술냄새가 역겹다.
몸을 실은건지, 공중에 붕 떠있는건지 감각을 모르겠다.
이리 흔들 저리 흔들...
그런 짐짝속에서도 문자멧세지 열심히 날리는 신세대.
그런 정열이 부럽다.

파 김치되어 돌아왔지만, 그게 삶의 현장인걸....
그런 부딪침과 고통없이 얻을수 있는게 뭐람...
은근히 걱정된건지 와이픈 열심히 전화만 한다.
-전화하지마,
어디 내가 어린애야..
차가 다니지 않음 걸으면 되겠지, 뭐가 걱정야..

밤새 걸어도 춥지 않을거 같은 포근함 속에 내린 눈이라
늦은시간였지만 낭만을 쫒아 배회하는 연인이 너무도
많아 보였다.
그 정겨운 모습이 보기 좋은 풍경.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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