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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9 일째

눈물겨운 기억들


  
아직은 찬 바람이 쌀쌀한 겨울.
이미 입춘이 지났지만, 봄이 오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거 같아.

ㅅ 형.
오랜만에 불러본 이름이야.
동안 잘 있었는지....
궁금해.

직업인으로써 웅지를 품고 출발했던 내 청춘시절.
교육받느라 정신이 없던때..
형의 면회소식은 퍽 반가웠지.
피 교육생이란 부 자유스런 몸으로 오랫동안
머물지 못하고, 잠간 나눴던 커피솝의 대화.

-그래, 이왕 출발했으니 열심히 해서 출세해라.
-와 줘 고마워.
나 발령 받음 편지 띄울께.....

그 잠간동안의 재회후....
이런 긴 이별로 이어 질줄이야,
어찌 상상했겠어?

나 보담은, 집안이 여유가 있어 서울로 유학을 온 형이지만.....
난, 그 모양 그 꼴로 시골에 머물고 있을때.........
날 위로하던 형의 깨알같은 편지.
-너 혼자 남겨두고 서울에서 학교 다닌단 것이 그저 미안할
따름이구나...
하던 형의 위로 편지.
그런 듬직한 친척이 서울에 있단 것이 왜 그리도 부럽던지..
그리고, 봉투속에 함께 보내준 우표 몇장.
그런 형의 배려에 눈물겨웠었지.

ㅅ 형,
우리의 청운의 꿈을 펼쳤던 영산강둑.
수업중의 휴식시간에 가끔 나눴던 우리들 우정.
저 멀리 목포에서 영산강까지 올라왔던 통통배.
맞으편에 덩그마니 서 있던 하얀 등대.
바람이 불면 비릿한 새우젓 냄새가 왠지 정다웠지.

-김 동리 같은 훌륭한 작가가 꿈이라던 전 경식.
작가수업중에, 그런 소설을 읽은 것은 필수코스였나?
<승방비곡> <벌레먹은 장미> < 자유부인 >을 탐독하던
그 녀석.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신춘문예에 도전이나 한번 해 봤을까...
늘 학원지를 커버를 입혀 신주단지 모시듯 보던 최창호.
선생님이 꿈이라던 그 녀석은 어떻게 지내는지.....
수업중에,
연애편지만 쓰다 적발되어 망신을 당하던 전 병양..
또 그 놈의 소식은??
옆에 친구와 맨날 쌈이나 걸던 정승남이는....

우리들의 학창시절,
봄이오고 있는 이 즈음이면 돌아올수 없는 시절이
왜 그리도 그리울까.

작년엔가,
서울오는 중에 영산포를 경유해서 왔는데.......
전의 모습은 전혀 느낄수 없더군.
강변에 서 있는 작은 신령산만 그 모습 그대로 있었어.

ㅅ 형.
너무도 긴 침묵을 지켜온거 너무 한거 아냐?
지금은 강진 아닌 서울의 어딘가에 살고 있을텐데....
왜 그렇게 긴 잠수를 하고 있는지?
내 앞에 나선단 것이 쭈빗 쭈빗해질 이유가 없는데..
도대체 왜 이런거야,응??

서울의 모습을 상세하게 스케취하여 보내주던 그 정성.
형의 생각을 숨김없이 편지로 보내주던 솔직함.
시골의 여자친구를 소개해 달라던 순수한 시절.
서울에 와서 처음 만났을때,
둘이서 맛있게 먹었던 짜장면의 맛.
<대흥극장>에서 봤던 영화들.
결코 잊을수 없어.
ㅅ 형과는 단순한 우정이상의 끈끈한 정이 흘렀었어.
형도 그럴거야.
헌데.....
왜 오랜시간을 그렇게 잠수하고 있는거야?

주마등 처럼 스치는 기억들.
결코 잊을수 없어, 형...
내가 망각할수 없는 너무도 많은 추억을 심어준 형.
<언젠간 만날수 있을거야...>
그런 자위가 시간이 흐를수록 무위로 끝날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왜 드는지 몰라...
왠지 공허하게 느껴지곤 해..
형이 출발할때 나타났듯이,이젠 떠날때 나타나면 좋겠어.
너무 긴 시간였지만......
그래도 형, 원망하지 않을께.
내 앞에 활짝핀 미소로 다가와, 알았지?
그런데 왜 이렇게 내 마음이 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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