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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1 일째

새 소망의 바램으로...


  2003 년은 그렇게 아픔속에서 흘러갔다.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새로운 소망을,
간직하고 싶은 2004 년.
그렇게 무의미하게 보낼수 없어.....
그녀와 관악산 해돋이 마중가자했다.

5 시.
오늘도, 안개와 흐린 하늘이 침침하다.

-남산의 해 돋이가 7 시 47 분이란다.
그 보담 훨씬 먼저 출발했으니 충분히
볼수 있으리라.

5 시 30 분 주차장 도착.
이미 차들로 꽉 차버린 곳에 빈 주차공간 하나
없었다.
몇 바퀴 돌아 겨우 한곳에 주차하고 서둘러 올랐다.

베낭에 간단한 음료수와 간식거리 뿐...
이미 등산로는 해돋이 구경하려는 등산객으로
빠르게 걸을수 조차 없다.
2004 년의 첫 날,
새로운 마음을 다짐하기 위한 등산이겠지.

우리의 목표는 국기봉 정상.
해가 뜨려면 1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호젓한 곳에서 쉬기로 했다.
날씨 마져 포근해 낙엽위에 앉아도 포근한 느낌.
양 다리를 쭉 펴고 퍼질러 앉아 따끈한 커피 한잔 마신다.
목표지점을 향해 오르는 등산객의 소곤거림이 들린다.

-2004 년도 여전히 건강하시고,
우리 사이도 여전히 좋은 사이였음 해요.
-그래, 그래...
너도 건강하고, 항상 가까운 곳에 네가 있었음 좋겠어.
둘이서 피식 웃었다.

낙엽위에 누워 하늘을 쳐다 본다.
곧 눈이라도 내릴듯 잔뜩 흐려있다.
-해를 볼수 있을려나?
그녀의 소곤거림이 기분좋은 떨림으로 전해온다.
너무도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이다.
등어리의 낙엽이 솜처럼 포근하게 느껴지는거 같다.
몇년전에,
jung과 함께 수리산 중턱에서 낙엽을 이불처럼 덮고서
킥킥거리던 기억이 난다.
그땐, 하늘에서 싸락눈이 내렸는데...
이런 우리만의 분위기 찾아 산을 즐겨
찾는지도 모르겠다.
이 은밀하고 호젓한 기분을 누가 알까?

상쾌한 산의 공기가 너무도 좋은 아침.
하늘은 짙은 안개가 깔려있지만,기분만은 좋다.
이런 상쾌한 공기가 좋아, 이런 아침산이 좋아
우린 잊지 않고 찾아온건가 보다.

-온 가족이 건강했음 좋겠고....
-지금의 거처에서 다른 곳으로 이살 했음 좋겠고...
-어떤 달라진 환경에서도 적응을 잘 했음 좋겠고...
-영란이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음 좋겠고....
-세현이가 그 학교에서 적응을 잘 하고 공부에
취미를 붙였음 좋겠고....
-어떤 곳에 있는 부동산이든 처분되어 내가 손에 쥘수
있는 돈이 되었음 좋겠고.....

-이뤄질수 있을까?

기적은 없다.
하루 하루의 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그 최선을 다 하는 곳에 어떤 결실이 있겠지.

우리가 국기봉에 다다른 시간은 7시 40 분.
이미 전망 좋은 곳은 구름처럼 몰려온 등산객으로
만원으로 차 있었다.
가족 단위로, 연인끼리, 친구끼리..
모두들 새로운 소망을 기원하기 위한 의식으로
이른 아침, 이렇게 달려온 것이리.

안개 때문인가?
7 시50 분이 되어도 기다리던 태양은 보이지 않았다.
안개가 가려서 그런가 보다.
정동진도 그랬을까?
힘껏 외치려고 몰려든 사람들..
하나둘 하산하기 시작한다.
-전국 어디서든 해 돋이를 볼수 있을거라던 기대.
접고 천천히 내려왔다.

이미 주차장은,
우리가 왔을때 보담도 훨씬 더 많은 차들로 차 있었고,
차를 뺄수조차 없었다.
할수없이 그냥 갔다가 오후에 차를 가질러 와야 하나 보다.
마냥 기다린단 것도 너무 막막하고....

해돋이도 볼수 없었고,
차도 두고 와야 했던 등산였지만........
2004 년도 부지런을 떨며 관악산에 갔다 왔단 것에
위안을 삼고 새론 소망을 거기서 빌었다.
우리의 우정도 여전히 돈독함을 과시했고...

-2004 년은 새로운 소망으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야 할 새로운 출발점이 될것도 같다.
그래서 조금은 떨리고, 조금은 불안도 하다.
여지껏 걸어온 길, 그 길을 그대로 가면되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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