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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3 일째

늘 새로운 산


  
비온 뒤의 산.
숲도 청정하고 , 나무도 왠지 더 싱싱한거 같다.
어젠 상당히 비가 내렸나 보다.
등산화 바닥을 적시면 건널수 있었던 계곡의 물줄기.
강이 되어 흐른다.


돌돌거리는 물소리 들으며 오르는 산.
연휴라고 다들 멀리들 갔을까?
몇 사람 눈에 띄지 않는다.
공휴일 10 시라면 등산로가 빽빽할 텐데....


아침에,
동생 순이에게 전화하다가 울먹이는 바람에 중간에서
끊었더니 마음이 우울하다.
그럴테지.
어머니 돌아가시고 처음 맞는 어버이 날.
꽃을 달아드릴 대상자가 없으니 왜 마음이 우울하지 않을까.
다시 저녁에 전화해서 위로해 줘야 겠다.


삼막사엔,
석탄일을 맞아 몰려든 불자들.
주변이 차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찰앞 공터에서 많은 불자들을 모아놓고,법회가 엄수중
이었고 색색의 연등이 주변을 수 놓아 석탄일을 봉축하고 있었다.
스님의 독경도 오늘 따라 듣기 좋다.


이 땅에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석가모니 오신 날.
길게 줄지어 서 있는 중생들.
점심을 얻어 먹기 위해서다.
평일엔, 국수를 줬는데 오늘은 비빔밥을 주고 있었다.


-우리도 얻어 먹고 갈래요?
그녀가 그런다.
-점심 준비 했잖아...
헌데 뭐하러 여기서 얻어 먹어?
중생들 한 사람이라도 더 먹게 우린 갖고온거 먹자.


왠지 사찰에서 주는 음식은 내 비위에 맞지 않다.
싱겁고 맛이 없고......


땅은 축축하고, 숲은 싱그럽고....
덥지도 않고 등산하기 좋은 날씨다.
늘 가던 그 이불 바위.
우린 거기서 점심을 먹었다.
오늘은, 잡곡밥을 준비했다.
별다른 특별히 좋은 솜씨가 아닌데도 이런데서 먹는 맛은
별미....


배가 부르니 나른한 피곤이 몰려오곤 한다.
약간 햇볕은 뜨겁지만 단 몇분의 단잠은 꿀맛....
저 아래계곡에서 불어오는 쉬원한 바람이며....
숲에서 나는 이름모를 기분 좋은 향과 새 소리.
누워만 있어도 마음이 극히 평온하다.


오늘은 전철도 한산하다.
다들 어디로 나갔을가?
우린 집 부근에 와서 차 한잔했다.
사실 소주 한잔하고 싶은 그녀의 눈치 지만 오늘은
왠지 소주 마시고 싶지 않다.
내 마음이 결코 즐겁지 않은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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