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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봄도 오고 햇살도 화사해서 방안의 분위기를 바꾸어 보았다.
마음의 권태로움을 털어버리고 싶어서.............
겨우내 내 마음속의 깊은 우울을 털고 싶은 심정인지도 모른다.
가구를 옮기고......
몇가지 장식장을 옆으로 옮겨도 색다른 분위기를 낼수 있다.
-문 옆으로 옮겼던 서랍장을 장농옆으로 옮기니 한결 훤하고 넓어 보인다.
우중충하게 가렸던 시야가 밝다.
-약간 옆으로 앉아 보았던 티비도 바로 볼수 있게 정면으로 옮기고.....
-한쪽 구석에 처 박아 두었던 시디들도 가지런히 장식장에 꽂아 세워 두니
것도 한층 멋이 있어 보였다.
이런 분위기 바꾸는 것을 별로 탐탁하게 생각지 않은 와이프...
- 잘 해보세요..
하곤 휭하니 나가 버린다.
옆에 있어봐야 별로 도움도 주지 못한 사람이니..
게으른 탓에 이런건 취미를 느끼지 못한 사람이다.
차라리 세현이가 더 낫다.
녀석은,
그래도 고분 고분 말은 잘 들으니........
오전 10 시경에 시작한 것이 오후 3 시경에 되서야 마무리 할수 있었다.
어깨도 뻐근하고, 옮기는 중에 손가락도 다쳐서 반창고를 감았다.
그래도,
한결 훤해진것 같아 좋다.
엊그제 그녀가 선물한 노란 후리지아, 하얀 안개 꽃을 화병에 꽂아 놓으니
분위기도 한결 산뜻하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 저 어제 전화 받았는데, j 의 어머님이 별세했다는 군요...
영안실은,
< 고려대 구로 병원 >이구요,
5 시 정각에 회원들이 모여서 가자고 했어요
오세요......
회장인, c 씨의 전화다.
j 가 어머니 병간호하기 위해 6 개월 휴직을 낸단 소식을 들었었다.
위암이라 하더니...........
5 시 정각에 거의 모든 회원이 다 모였다.
< 동심회 > 모임은, 회원들의 끈끈한 정으로 잘 운영되는 모임의 하나다.
1995 년도에, ㅅ 동에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의 친목회...
<고대 구로 병원>은 금방이다.
영안실에 도착하니, 마침 교회에서 예배중...
한 30 분정도 기다렸을까?
지루하다.
이윽고,
건강했던 모습의 j 어머니의 영정.
j 가 미인인 것이 우연은 아니었다.
갸름하고, 미인형의 고인...
마치 이런 순간을 위해 찍어둔 사진 처럼 표정이 어둡다.
헌데,
영안실엔 몇 사람의 조문객만 눈에 띨뿐.........
조용하기만 하다.
-아버진 이북이 고향인 실향민..
어머닌, 달랑 딸 하나 뿐인 그런 가정.
사람이 있을수 없다.
아들은, 둘인데 손위 오빠가 호주로 이민가서 살고 있는데 올수
없는 처지란다.
-어떤 처지면, 어머님이 별세 했는데 오지 못하는 걸까?
두고 두고 한으로 남을 텐데...
조문객은, 손 아래 동생과 남편이 맞고 있다.
외롭다.
이런 애사엔, 시끌법적한게 좋은데...........
이런 자신의 곤궁한 처지가 슬펐는가?
어머니를 떠나 보낸단 것이 슬펐을까?
퉁퉁 부은 눈에 그렁 그렁한 눈물이 애처롭다.
-j 씨...
너무 슬퍼마..
이건 이미 예정된 것이 아니었어?
내 처지도 이미 예정되어 있어.
어머님도 내일을 기약할수 없는 그런 처지야....
-제 어머닌, 겨우 68 세..
좀 아쉬워요.'
아버지도 일찍 돌아가셨는데.....
-어쩔수 없어,
이게 인간이 피할수 없는 한계야..
용기내...
우리 회원들 10 명...
연락되지 않은 인천에 사는 o를 빼곤.......
헌데, 내일 장지까지 운구할 사람이 없단다.
참 기가 막힐 일이다.
가까운 친척이 하는 일인데...........
j 가 현재 몸 담고 있는 직원 6 명,
우리 모임에서 4 명이 지원하기로 했다.
< 성남 모란 공원 >
4 명은 낼 7 시까지 와야 하니 먼저 귀가했고..........
나머진 자리를 지켜주기로 했다.
아는 직원들이 몇몇은 왔지만 인사만 하고 다들 사라진다.
하긴, 이런 모임이 아니면 나도 별수 없었으리라...........
사람들이 모이면 귀가하자 했는데 별로다.
들락 거림서 자리를 지켜줬다.
하얀 소복의 슬픔에 잠긴 j...
상중인 그녀가 왜 그리도 이뻐 보일까?
평소에 보지 못하던 매력같은 것.......
잔뜩 외롬에 젖어서 그런가?
함께 근무했을땐, 별로 좋아한 스타일의 여잔 아니었다.
쾌할하고, 활동적이고, 바뿐 중에도 쉰단 것엔 누구 보담도 앞장 섰던 그녀..
헌데, 이런 외로움을 간직하고 있을 줄이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저도 계장님 어머님 별세하면 차 갖고 나주 까지 씽씽달려 갈게요..
-정말?
나주가 어디 한두시간 걸린 거린줄 알아?
-그래두요.
11시 30 분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리 지키고 있는건 우리회원들 뿐.......
피곤했지만, 마음은 뿌듯하다.
동병상련.........
-j 씨...
너무 슬퍼 하지마..
엄마가 홀가분하게 가시게 해 드려야지..
잘 치르고 우리 소주 한잔 하자고....
-고마워요.......
일요일 밤이라 거리는 고요할 정도로 한산하다.
포근한게 , 봄은 완연히 왔나 보다.